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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 정책 패닉’ 상황…임대차법·양도세 중과 당장 걷어내야” [청론직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前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현정부, 이념 집착하다가 정책 아닌 ‘부동산 정치’ 변질

당국 ‘집값 고점론’ 되풀이, 권위 잃고 ‘양치기 소년’ 돼

다주택자 순기능 무시한 채 죄악시하며 부작용만 증폭

양도세 한시적 완화로 매물 물꼬를 터줘야 가격 안정세

與 대선주자 공약 지나쳐…文정권보다 더 실패할 수도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법과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부터 당장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집값 급등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집값 고점론’을 얘기하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매주 신고가를 쓰고 있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을 지낸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5일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념에 집착하다가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패닉 바잉’이 아니라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패닉’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주택 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법과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실패할 것”이라며 “이념에 집착해 왜곡된 정책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정상화 궤도로 돌리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압축해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실패다.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이념적 부분만 심으려 했다. 자기 논리에 빠지다 보니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가 됐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회 갈등을 부르는 정책을 계속했다. 특히 다주택자들을 죄악시하고 표적으로 삼으면서 부작용이 누적됐다. 다주택자의 주요 특성이 임대사업자이고 시장에서 투자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침체되면 다주택자의 투자자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단기 시각으로만 바라본 채 다주택자들의 긍정적 기능을 무시하고 수용하지 않은 것이 현 정부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정부 당국자들이 연이어 ‘집값 고점’을 경고하고 있다.

△정책 책임자들이 몇 차례나 그렇게 (급락론을) 말하더라도 국민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패닉 바잉’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패닉’ 이다. 정부가 권위를 잃었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다. 당국자들은 직설적 발언이 아니라 은유적 화법으로 시장이 반응할 여지를 줘야 한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됐다. 가격이 많이 오르면 조정되는 게 시장 메커니즘인데 정부가 자율 조정 기능을 다 막아버렸다.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오르는 것을 막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가격이 오를 때 공급이 늘어나게 하고 수익을 실현한 뒤 나가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그런 가격 조정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이것이 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정부가 시장 흐름을 억지로 비틀며 악순환을 키우고 있다.

-시장이 가격 수렴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선 양도세 중과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 다주택자든, 1주택자든 적절한 시점에 팔기 쉽게 해줘야 가격 조정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다주택자 자본 차익을 불로소득으로만 보고 무조건 못 챙기도록 하겠다는 잘못된 아집 때문에 가격 급등이 지속돼왔다. 그런데도 (양도세 중과를 고집해) 안정세로 방향을 바꿀 기회를 잃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 매각을 원하는 다주택자들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 1주택자는 더욱 그렇다. 내 집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닌데 양도세로 다 빼앗아가면 집을 줄여서 이사해야 한다. 양도세를 중과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집을 팔아 최소한 비슷한 주거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

-정부는 양도세 완화가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면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는데 그때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지금도 양도세를 낮추면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고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양도세 이상으로 징벌적 세제로 꼽히는 것이 종합부동산세다. 여당이 과세 대상 기준을 최근 비율(공시가 상위 2%)로 바꾸려다가 가격(11억 원)으로 환원했다.

△비율 과세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종부세가 재산세냐, 부유세냐 논란이 많은데 2%로 하면 부유세 성격을 명확히 한 것이다. 행정적 문제도 매우 많다. 가격으로 바꾼 것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지금도 문제는 있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의 차이다. 보유 가격이 같은 11억 원이라도 다주택자는 훨씬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양도세처럼 다주택자의 기능을 막는 것이다. 무엇보다 종부세가 과연 가격 안정 기능을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과표·세율 체계로 세금을 매기면 수요는 자꾸 아래로 내려간다. 고가 아파트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부담이 덜한 곳으로 수요가 옮겨간다. 결국 중저가 아파트 수요를 폭발시킨다. 서울 강남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던 경기도가 급등하는 것이다. 차별화된 징벌적 과세 체계가 되레 서민 주택 가격을 급등시키고 풍선 효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부동산 시장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임대차법은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이대로 굳어지면 정말 힘들어지고 상처들은 곪아 터지게 된다. 정치 싸움이 되다 보니 나쁘다는 점을 알면서도 강행한다. 우리 임대계약 제도는 전세뿐 아니라 매매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중·삼중 가격 얘기까지 나온다. 같은 아파트인데 다른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불법적 행태가 스며들 수 있다는 뜻이고 시장의 합리적 방향을 왜곡한다.



-전셋값 급등과 함께 최근에는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있는데.

△전세 제도의 연결 고리를 보면 임대인은 전세금을 만져보지도 못한다. 임차인들이 전세를 안정적으로 믿는 것은 다음 임차인의 돈(보증금)을 갖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아니라 다음 임차인과의 관계인 셈이다. 이런 고리가 끊기는 순간 문제가 심각해진다. 전셋값이 급등하며 전세 대출 잔액이 110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깡통 주택으로) 주거 이동의 고리가 끊기면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이 관건인데 정부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이 주도해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데 공공의 잣대에 올려 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시장은 민간에서 만들어내는 공급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다. 서울에 매년 아파트·비아파트를 합쳐 8만 채 정도가 공급된다. 공급은 민간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만들어내는 것이 옳고 그렇게 되도록 민간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 이낙연 전 총리가 서울공항을 허물어 3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이 물량을 만들기 위해 주요 군사시설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내는 물량이 이런 계획적인 물량을 훨씬 넘는다.

-공급 열쇠 중 하나가 재건축인데 속도는 잘 나지 않고 있다.

△재건축은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도시의 큰 그림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비 사업을 장기간 억제해 생기는 사회적 낭비 비용이 너무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20만여 채나 감소했다. 당시에 줄지 않았다면 화성동탄2 신도시 거주 인구 정도를 서울에 수용함으로써 두세 시간 걸려 출퇴근하는 낭비적 비용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재건축을 틀어막는 바람에 희소가치로 도심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재건축의 시기 조정이다. 멸실 물량만이 아닌 재건축으로 인한 입주 물량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공급이 확대 재생산되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재건축으로 입주 시점이 되면 여유가 생기고 이때 다른 인근 재건축 관리 처분이 일어나면 공급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재건축 규제들도 풀어야 할 텐데.

△당연히 풀어야 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는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 제도다. 정비 사업뿐 아니라 주택 시장 전체를 왜곡한다. 사람들은 가능성이 적은데도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로또’를 무작정 기다리는 환상에 매몰되기 쉽고 결국 무주택자로 남게 된다. 초과이익환수제도 완화도 필요하다. 재건축 차익을 불로소득으로만 보면 답이 안 나온다. 리스크를 짊어진 정비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익을 보장해야 재건축이 진행된다.

-최근 여권이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거주 요건을 철회했다.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정책의 유턴을 만들어내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정책은 임대차법이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 다주택자 징벌적 과세도 걷어내야 한다. 이 정책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시장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여당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택된 이념적이고 왜곡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정상화 궤도로 돌리기 위해 대선 주자들이 고민해야 한다.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 도입 등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이 너무 지나치다. 시장 정상화에는 관심이 없고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던지는 말들이 많다. 일부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외려 현 정부의 정책보다 더 큰 실패를 낳을 수 있다.

He is…

1963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서울 영등포고와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중앙부동산평가위원회 위원,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위원과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한국주택학회 회장, 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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