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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요”

강서도서관이 마련한

안나미 교수의 ‘조선의 재미있는 이야기, 야담(野談)’

서울 명덕여자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선시대의 삶을 엿보는 시간 가져

안나미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명덕여자중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조선시대의 삶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7일 서울명덕여자중학교 도서관에는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흥미로운 주제의 강의가 열렸다.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조선시대의 삶을 엿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강서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안나미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초빙교수가 강의를 맡았다.

강단에 오른 안 교수는 “야담(野談)은 여기저기 떠도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를 말한다”며 “보통 이런 뒷이야기에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학생들은 기대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조선시대에 주로 선비들이 야담을 기록해 책으로 남겼다”며 “조선 중기의 문인 유몽인(柳夢寅)이 지은 ‘어우야담(於于野談, 1621)’이 최초의 야담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조선 중·후기에 걸쳐 많은 야담집들이 나왔는데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는 내용은 거의 같은데 결말만 다른 것들도 있다”며 “야담은 사실에 근거한 것도 있지만 이야기 모두를 진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날 조선시대에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돈을 모으기 위해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아끼고 저축해요”라고 답했다. 그는 “조선시대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며 “먹는 것을 줄이고 밤낮으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며 조선시대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선시대 어느 마을에 스물여섯 살 노총각이 있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의 집 머슴살이로 근근이 사느라 장가를 못 간 것이다. 다행히 가난한 처녀를 만나 혼인을 하게 됐다. 혼인한 첫날 부인은 남편에게 “10년 동안 각방을 쓰자”고 제안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식을 낳으면 모두가 불행하니 돈을 모은 후 아이를 갖자는 것. 그는 어쩔 수 없이 부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밤낮없이 남의 집 일을 하고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돈을 모았다. 돈벌이를 위해 뭔가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 부인은 어느 날 주머니를 만들어 동네 머슴들에게 나눠줬다. 선물을 받은 머슴들이 부인에게 보답하고 싶어 하자 부인은 동네의 인분(人糞)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어렵지 않은 부탁에 그들은 흔쾌히 인분을 모아줬다. 부인은 그 인분을 척박한 땅에 묻어 거름을 만들고 보리, 담배 등의 농사를 지었다. 드디어 10년째 되는 날. 남편은 부인에게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 돈을 모았으니 자식을 갖자”고 했다. 부인은 아이를 키우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며 “먼저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다시 10년에 걸쳐 번듯한 기와집을 마련했다. 돈도 있고 집도 있으나 부부는 이제 마흔 살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 나이에 애도 못 낳고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돈과 집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한탄하는 남편에게 부인은 “낳은 자식만 자식은 아니다”라며 “가난한 친척의 자식을 양자로 삼아 훌륭하게 키우자”고 했다. 그들이 데려온 양자는 바르게 성장해 과거에 급제하고 훗날 상산김씨(商山金氏)의 시조가 됐다.

이야기를 마친 안 교수는 “보통 돈이 많고 자식이 없으면 흥청망청 즐기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맞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아무리 자신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하늘에서 복(福)을 내리지 않으면 부를 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하늘에서 내려준 부를 남들과 나누지 않으면 하늘이 큰 재앙을 내릴 것이라 여겨 베푸는 것에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렵게 모은 재산을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 들려준 것 외에도 많다”며 ‘순흥 만석꾼’, ‘경주 최부자’, ‘소금장수 김서방’ 등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안 교수는 “조선시대 부자들은 부를 축적하는 방법은 각기 다를지 몰라도 모은 돈을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것은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을 것”이라며 “오늘 들은 이야기를 되새기며 옳은 방법으로 부를 쌓고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서도서관 마련한 안 교수의 ‘조선의 재미있는 이야기, 야담(野談)’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명덕여중 2학년 이태인 양은 “조선시대의 부자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나는 어떻게 돈을 모으고 써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2학년 이서영 양은 “야담으로 조선시대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강민정 명덕여중 국어 교사는 “조선시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로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갖고 다가가게 만든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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