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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만월

- 김정수


- 김정수

막내네 거실에서 고스톱을 친다 버린 패처럼 인연을 끊은 큰형네와 무소식이 희소식인 넷째 대신 조커 두 장을 넣고 삼형제가 고스톱을 친다 노인요양병원에서 하루 외박을 나온 노모가 술안주 연어 샐러드를 연신 드신다 주무실 시간이 진작 지났다 부족한 잠이 밑으로 샌다 막내며느리가 딸도 못 낳은 노모를 부축해 화장실로 가는 사이 작은 형이 풍을 싼다 곁에서 새우잠을 자던 아내를 깨운다 며느리 둘이 노모의 냄새를 물로 벗겨 낸다 오래 고였던 냄새가 흑싸리피 같은 피부를 드러낸다 술이 저 혼자 목구멍으로 넘어가다 단내를 풍긴다 작은형이 싼 풍을 가져가며 막내가 의기양양하게 쓰리고를 외친다 이번 판은 무조건 상한가, 막내 얼굴에 만월이 뜬다 고스톱 한 판에도 손에 땀이 찬다 허투루 버리는 피도 없는데, 목구멍을 거슬러 오르는 숨결이 꼴깍꼴깍 거칠다 어머니가 똥을 싸셨는데 아들들은 고스톱만 치네요 막내며느리의 거침없는 말씀에 형제들이 쓰리고에 피박까지 쓴다

공산명월(空山明月)이 연어 위에 붉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요. 저마다 세상 풍파 헤치다보면 명절 현관에 닿지 못하는 형제들 신발 있고말고요. 형제 다섯 중 셋이나 모이셨네요. 외박 나오신 노모 입맛도 살아나셨네요. 누가 따도 내 자식이네요. 며느리들까지 가세해서 ‘아주버니 피박이세요’ ‘도련님 싸셨어요’ 하지 않고, 시어머니 돌보니 효부들이네요. 고스톱 한 판에도 인생이 담겨 있으니, 쓰리고에 피박 쓰다가도 청단 삼 점 역전도 가능하겠지요. 무주공산에 명월이 휘영청 나오시니 온 국민이 광나는 한가위네요.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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