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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文정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문성진 논설위원

中 문화대혁명 ‘10년 재난’ 퇴행

文 정부 집장만 시간 11년 늘어나

‘유럽의 병자’ 獨, 메르켈이 완치

내년 대선, 유능한 리더 갖게 되길





중국 명나라 말기에 해서(海瑞)라는 인물이 있었다. 황제가 폭정으로 민란을 자초하고 있음을 직언했다가 파직당한 신하다. 1959년 4월 마오쩌둥은 해서를 다룬 경극을 보고 감동했는지 이렇게 말한다. “해서는 황제를 매도했지만, 그것은 충심에서 나온 말이다. 충성스러우며, 강직하고, 아첨하지 않고 간언하는 해서 정신을 제창해야 한다.” 하지만 넉 달 뒤인 8월 루산회의에서는 평더화이 국방장관이 마오의 ‘대약진’ 경제정책을 비판했다가 실각한다. 그리고 1965년 말 희곡 ‘해서파관’에 대한 좌파들의 공격을 기점으로 ‘10년의 대재난’이라 불리는 문화대혁명이 시작된다. 그렇게 마오의 시대 중국의 시간은 거꾸로 갔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서 시간의 퇴행이 심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23.63배로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의 12.38배에 비해 무려 11.25배가 커졌다. PIR은 집값을 연 소득으로 나눠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 집 마련 꿈을 가진 국민들은 강산도 변할 만큼 긴 시간을 잃은 셈이다.

경제의 뒷걸음질도 간과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대였던 잠재성장률이 당장 1%대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2022년 우리나라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2.0% 수준으로 정권 출범 당시 2.7~2.8%에서 급전직하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30년 잠재성장률이 0.97%까지 내려앉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 혁신을 외면하고 땜질 처방에 급급한 결과 성장 전망치에까지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청년층 일자리 증가율도 올해 1분기에 20대는 -1.5%로, 30대는 -1.1%로 추락했다. 노동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여파다. 그리하여 올해 한국의 삶의 질은 넘베오 평가 대상 83개국 중 42위에 그쳐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22위에서 무려 20계단이나 뒤로 갔다.



‘안보 시계’도 거꾸로 돌았다. 2008년 6월 27일 대화를 하자며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던 북한이 2020년 6월 16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하며 대화의 싹을 자를 정도로 상황이 험악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등은 한낱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반면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돌렸다. 집권 첫해인 2005년 11%에 달했던 독일 실업률은 올해 6%선으로 호전돼 경제는 건강해졌고 극단 세력의 테러도 잠잠해져 사회는 안정을 찾았다. 메르켈의 16년 치적에 대한 독일 국민의 찬사는 드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퇴임을 앞둔 그에 대한 지지도가 7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덩샤오핑이 남긴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 유임 68세 은퇴)’ 원칙을 허물고 1인 지배 체제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시진핑의 중국은 마오의 문화대혁명 때처럼 시간이 거꾸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은 우리도 대선을 치른다. 다음 정부에서 대한민국은 메르켈의 독일처럼 전진하는 나라가 될까, 시진핑의 중국처럼 시간이 거꾸로 가는 나라가 될까. 선택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 부디 미래 세대가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을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란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안보 분야에서 남긴 퇴행을 바로잡고 미진했던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메르켈이 ‘유럽의 병자’ 독일을 ‘유럽 경제의 희망’으로 탈바꿈시킨 비결이 타협과 양보의 정치를 바탕으로 한 포용적 리더십에 있었음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휘영청 밝아올 한가위 보름달을 기다리며 우리 국민도 새해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능가할 만큼 지혜롭고 유능한 리더를 갖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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