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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주도 아니다” 말만 말고 언론재갈법 중단시켜라


미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귀국길 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주도해 이뤄지는 입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재갈법의 문제점을 시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언론이나 시민 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전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민주당 법안을 처음 봤을 때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며 “‘이렇게 하면 큰일 난다’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아이린 칸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24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에 대해 재차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도 표현의 자유 제한이 우려된다며 법안 수정을 요구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17일 총회 결의문에서 ‘허위 보도에 대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한국의 가짜뉴스법’을 경제적 압박을 통한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IPI는 한국을 벨라루스·미얀마·홍콩·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과 함께 ‘언론 통제가 진행 중이거나 시도되는 국가’로 지목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기어이 언론징벌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한 여야 ‘8인협의체’가 활동 시한을 이틀 앞둔 24일에도 협상을 벌였으나 여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를 약간 완화하는 수정안 제시 외에 더 이상 양보하지 않았다. 심지어 징벌적 손배 대상을 ‘고의 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에서 ‘진실하지 않은 보도’라는 더욱 추상적인 표현으로 바꾸자는 수정안을 내놓는 등 개악까지 시도하고 있다. 여당이 끝내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국내외의 비판에 귀를 닫는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청와대 주도가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헌법 제53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근거로 언론재갈법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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