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감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이어 금감원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 팔 걷고 나선 것이다. 향후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빅테크의 금융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영업 행위 규제 등 합리적 감독 방안을 마련해 디지털 플랫폼과 금융회사 간 공정한 경쟁 질서가 확립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 확대 과정에서 경쟁과 안정을 저해할 우려는 없는지 소비자 보호에 빈틈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대응하겠다”며 “금융 혁신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빅테크도 기존 금융사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 당국 두 수장 모두 그동안 기존 금융사와 달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빅테크에 대한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정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은행 광고 메시지를 한시적으로 카카오 알림톡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카카오톡을 통한 메신저 피싱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카카오톡으로 일원화되는 데 부작용이 지적되면서다. 정 원장은 “카카오톡으로 (광고를) 몰아서 하면 관리·감독은 쉽겠지만 악용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메신저피싱 피해 10건 중 8건은 카카오톡을 통해서 발생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발생한 메신저피싱 건수는 2만 1,768건, 피해 금액은 719억 원에 이른다. 전체 피해 금액의 77.2%를 차지했다.
이날 정 원장은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관련해 선제적인 모니터링도 강조했다. 정 원장은 “금융시장 여건이 반전됐을 때 신용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업권별로, 시장별로 위험한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환경 속 자금 쏠림,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본격화 등 대내외 시장 불안 요인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은행권에 가계 부문 경기 대응 완충 자본 도입을 추진한다.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이란 유동성이 과도하게 풍부할 때 금융회사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게 해 대출을 억제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적립한 자본을 소진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수단이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난 은행에 추가 자본을 더 많이 적립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저축은행 등에 대해서는 채무 상환 능력이 취약한 다중채무자의 대출 금융기관 수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130~150%로 높이는 방안도 고려된다. 정 원장은 “여러 환경적 요인들이 태풍의 힘을 배가하는 과정에서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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