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연루자들 일부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경찰이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라진 휴대전화를 확보하며 수사에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7일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은닉 등 증거인멸 의혹 수사와 관련해 없어졌던 휴대전화를 찾아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거주지인 경기 용인시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주워간 시민을 특정했다. 이후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휴대전화는 지난달 29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술을 마시고 집어던진 것 뿐”이라며 증거인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의 ‘장비’로 불리는 측근이면서 화천대유에 개발 혜택을 주고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이번에 확보한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이 지사와 화천대유 간 연결고리 여부가 밝혀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진 건 이 지사의 일명 ‘수사 대비 가이드라인’을 따른 게 아니냐는 조소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6년 11월 24일 광진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강연’에서 “사고 치면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말라. 인생 기록이 싹 들어있다”며 “이거 하나만 분석하면 여러분들이 휴대전화를 산 후 어디서 무슨 짓을 몇 시에 했는 지 다 알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해당 발언을 두고 “이 지사가 이번에도 유 전 본부장에게 핸드폰을 버리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앞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 역시 지난 2018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 당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단말기도 새 것으로 바꾼 바 있다. 당시 세월호 유족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욕하는 글을 올린 트위터 계정(@08__hkkim)이 김씨라는 의혹이 일었다. 다만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 기록이 수사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수사기관 출석 전 피의자들의 휴대폰 교체가 일상화 되며 수사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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