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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 "첫 장편소설, 다시 데뷔한 기분이죠"

['1차원이 되고 싶어' 빌간 인터뷰]

긴 서사 힘들었지만 이젠 홀가분

학교 폭력·입시·체벌 등 소재로

10대 퀴어의 '자기 화해' 의미 담아

앞으로 세상에 대해 더 말하고파

'박상영의 시즌1' 마무리 된 느낌





“장편소설이 작가에게는 재평가의 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편소설, 연작소설집, 에세이에 이어 이번에 200자 원고지 1,300매가 넘는 장편소설을 완성했는데 긴 서사를 잇는 작업은 처음이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해냈다는 점에서 홀가분한 마음이 크네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대도시의 사랑법’ 등 20·30대의 공감을 사는 이야기와 퀴어 서사를 보편적 사랑과 유머의 언어로 풀어내 큰 인기를 얻은 박상영(사진) 작가가 이번엔 10대 시절을 이야기한다.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로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펼친 박 작가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한 번 더 데뷔하는 기분”이라며 “그 때를 한 번도 호시절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각별했던 시절이라 꼭 첫 장편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데뷔 무렵인 2014년부터 틈날 때마다 10대 이야기가 장편 소설의 소재라고 얘기했지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소설은 심리상담사인 주인공 ‘나’가 인스타그램 아이디 ‘1004’로부터 수성못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묻어버리고 싶었던 학창 시절의 기억을 돌아보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퀴어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모범생으로 행동했던 ‘나’와 사랑했던 또래친구 윤도, 자유분방한 레즈비언 무늬, 엄마 친구의 아들 태리 등이 존재하던 D시로 옮겨 간다. 집값과 학군으로 나뉜 아파트 단지의 생활과 입시 위주의 학교생활에 가득했던 폭력 등 10대로선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숨 막히는 시절이 전해진다. 만화 ‘나나’와 ‘호텔 아프리카’, 박효신의 노래와 영화 ‘해피 투게더’ 등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대중문화가 언급되며 독자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박 작가는 “체벌과 학교 폭력이 비일비재했던 시절을 가만히 지켜보며 부지불식 방관자로 남는 일조차 힘들었다”며 “하지만 해결하고 싶은 내면의 과제였기에 어쩔 수 없이 꺼내들었다”고 돌아봤다. 인물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에서는 원치 않는 상처와 폭력을 줄 수 있다는 딜레마의 서글픔을 담았다. 작가는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현실 시점에서 스스로 조숙하다 믿었던 유년기의 경험을 회상한다는 모티브가 비슷했기에 은연중에 영향을 받은 듯 하다”고 전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10대 이야기이자 비슷한 코드가 있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1차원이 되고 싶어’라는 제목에서 1차원은 점과 점을 연결한 선이다. 표면적으로는 ‘나’와 윤도만 남은 세상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고 할 수 있지만, 묻어버리고 단절했던 과거의 나와도 연결하자는 ‘자기 화해’의 의미도 깔려 있다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박 작가의 대표작들의 특징이라면 ‘퀴어 서사’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꼽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작가 본인의 이야기 같은 정서적 밀착감을 준다. 특히 이번 작품은 10대라는 배경과 맞물려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안겨준다. 다만 그는 “1인칭의 극단까지 갔지만 지금까지의 작품 중에서 이번 주인공이 가장 본인과 다른 ‘독립적 존재’로 느껴진다”고 했다.

박 작가는 ‘1차원이 되고 싶어’로 작가로서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퀴어 문학’ 작가로 인식되는데 대해 “해석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면서도 “퀴어 소설도, 퀴어가 없는 소설도 앞으로 다양하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3인칭 시점이기도 하고 좀 더 세상, 사회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소설에서는 세상에 대해 더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박상영의 ‘시즌1’이 마무리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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