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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비정규직 줄인다더니…정규직과 격차만 더 커졌다

정규직 꿰찬 50대 줄줄이 퇴사해도 기업 채용 꺼리고

정부 '질 나쁜 알바'만 늘려 비정규직 역대 최다 난센스

정규직 333만원·비정규직 176만원 '임금 差'도 늘어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일자리 현황은 한마디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 2012년 이후 계속 늘어나더니 올해 800만 명을 넘었다. 같은 기간 1,300만 명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던 정규직 근로자 수는 올해 1,20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 2년 차를 맞이해 완만한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해 왔지만 실상은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해 온 셈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전문가들은 정규직을 꿰찼던 50대의 은퇴가 앞당겨지는 가운데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 반(反)시장적 정책이 민간 기업의 정규직 채용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데 근로시간마저 단축되다 보니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구조”라면서 “공공 부문은 세금을 써서라도 정규직을 늘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민간 부문은 정규직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통계청이 공개한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806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591만 명에 그쳤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해마다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 수는 1,292만 7,000명으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30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전체 임금 근로자는 2,0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임금과 근속 기간 등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도 뒷걸음질을 쳤다. 올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76만 9,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333만 6,000원으로 전년보다 10.2% 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004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로 벌어졌다.

정부는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두고 인구의 노령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정규직이던 50대가 퇴직한 뒤 단기 일자리를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9.8%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의 논리를 한 꺼풀만 벗겨보면 결국 공공 일자리 사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올해 증가한 비정규직 64만 명 가운데 22만 8,000명이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을 크게 받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였다.

공공 알바를 늘리는 사이 기업들의 고용 여력은 악화됐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최저임금까지 상승하며 민간 영역 고용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타격이 컸던 숙박 및 음식점업은 증가도, 감소도 없이 현상을 유지했고 도·소매업도 3만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무인화·자동화도 비정규직 채용을 늘렸다. 산업별 비정규직 근로자 현황을 보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2012년 49만 9,000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63만 1,000명으로 불어났고 도소매·음식점 종사자도 같은 기간 110만 8,000명에서 144만 7,000명으로 늘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거래가 줄면서 근로 형태가 변화한 것도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건이 되지 않는 기업에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다 보니 되레 신규 채용 여력을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소득 주도 성장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30% 이상 올린 데다 현장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52시간제를 강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 5단체 소속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기업들이 신입 공채를 폐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경직된 노동시장 문제를 뒷전에 두고 세금 일자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비정규직 근로자는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84만 5,000개 공급하고 저소득층 자활 근로 지원 인원을 6만 6,000명으로 확대해 공공 일자리 105만 개를 직접 공급할 방침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른바 '세금 알바’를 통해 고용 시장을 지탱하겠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이상적”이라면서 “정부가 일자리가 늘었다고 평가하지만 재정을 투입해서 만든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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