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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자본주의 부조리에 맞선 시골부부 맥주 제조기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더숲 펴냄





입맛은 길들여진다고 한다. 몇몇 대기업이 전 세계 맥주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오늘날, 맛있는 맥주의 기준은 무엇일까. 국내에서도 차별화된 맛을 찾아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양조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량 생산되는 대기업 맥주가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판매량이라는 정량적 지표는 대기업 맥주가 맛있다고 ‘인식’되는 근거가 된다.

일본의 시골빵집 '다루마리'로 큰 주목을 받은 와타나베 부부가 빵에 맥주 이야기를 더한 책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로 돌아왔다. 2014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후속작이다. 자본주의의 부조리에 맞서 이윤을 최소화한 부부의 빵집 경영 이야기는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기반해 노동 착취 없는 경영을 선언한 부부가 전하는 이후 8년 간의 이야기다.



그 사이 빵집 다루마리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부부는 책 출간 이후 오카야마현 가쓰야마를 떠나 돗토리현의 소도시 지즈초로 옮겨 갔고, 이곳에서 빵에 이어 천연 효모를 이용한 수제 맥주 제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맥주 업계가 적대시해온 유산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숙성 과정까지 더한 와타나베 부부의 맥주는 빵과 마찬가지로 잘 팔리는 획일적인 물건이 아닌 유일한 상품을 만들자는 가치관을 담은 결과물이다.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실패에 가깝지만, 부부의 목표는 영리 추구가 아니라 대중들의 맛에 대한 가치관을 넓히는 시장의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부의 눈에는 맥주 역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정답으로 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일본은 1994년 주세법 개정으로 지역 맥주 붐이 일어나면서 한때 전국에 300개 넘는 지역 맥주 양조장이 성업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중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몇몇 대기업이 맥주 시장을 과점하면서 맥주 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내린 것이 문제였다. 이는 맥주 시장을 소규모 생산자들이 발 붙이지 못하는 폐쇄적인 시스템 안에 가두고 말았다.

부부는 빵과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맥주에 대한 가치관을 넓힐 때까지 다양한 제품을 계속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균이 합리성을 내세워 좋은 균, 나쁜 균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품듯이 우리 사회도 흑백을 가르는 원리주의적 속박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부의 메시지가 담백하게 전해진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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