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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병동서 CPR해야할 판"…방치되는 비(非) 코로나 환자들

17일 0시 기준 위중증 코로나19 환자 522명…역대 최다 기록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동원령 잇따라…"일반 중환자 진료공백 우려"

16일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음압병동에서 코로나19 업무를 맡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2주만에 수도권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하면서 의료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할 때마다 민간병원에 의존하는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에 동원되면서 비(非)코로나19 중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522명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일 400명대에 진입한 후 11일 만에 500명 선을 넘어섰다. 최근 1주간 재원 위중증 환자 수는 460명→473명→475명→485명→483명→471명→495명→522명으로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80%에 육박한다. 정부의 '비상계획'(서킷브레이커) 발령 기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2일 수도권 내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곳에 준중증 병상 52개를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섯 번째 병상 동원령이다.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환자용 추가 병상 확보 요구가 떨어졌다.

평소에도 전국에서 많은 환자들이 몰려 병상 가동률이 높았던 상급종합병원들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에 힘을 쏟는 동안 비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도권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전부터 전체 병상의 60~70% 가량이 차있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을 추가 확보하려면 비코로나19 중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비코로나19 환자들은 심정지가 와도 중환자실에 가지 못해 일반 병실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하는 처지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해 병상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중환자 이송 자체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진 이후 일관되게 중환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작년 12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 대응 단계별 중환자 진료 전략'을 통해 중환자 병상 부족에 대한 대비책을 짰다. 중환자 발생 규모에 따라 ▲1단계: 상급종합병원 및 국가격리병상 기반 대응안 ▲2단계: 거점전담병원 기반 대응안 ▲3단계:(체육관, 컨벤션 등을 이용한) 대형임시병원 구축 병행 대응안 등 3단계에 걸쳐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골자다.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기한없이 상급종합병원의 인프라가 투입될 경우 지역사회와 전체 코로나19 대응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컨트롤센터를 구축해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이 거세질 때만 일선 병원들에 추가 병상 확보를 주문하는 방식을 일관하면서 중환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곽상현 대한중학자의학회장(전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학회가 오래 전부터 병상 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 당국에 제기해 왔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아닌 중증 환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현재 일반 중환자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느라 대기하고, 그마저도 병상이 없어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예비행정명령까지 시행될 경우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은 코로나19 치료 전담병상을 전체 병상의 4%까지 확대해야 한다. 비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중환자실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에는 큰 공백이 생겼다"며 "정부가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중환자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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