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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 보기]종부세, 폭탄이 맞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 개인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고지 뉴스를 듣는 마음은 편치 못하다. 과세 대상자가 거의 100만 명으로 늘었는데, 정부는 인구 2% 미만이므로 98% 국민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1가구 1주택자 대부분 종부세가 평균 50만 원으로 자동차세와 비슷하며, 전체종부세의 90%를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하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 종합부동산세는 규모, 대상, 내용이 폭탄이라고 부르기에 맞게끔 위력이 크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액이 1조 8,000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그 세 배가 넘는 5조 7,000억 원으로 폭증했다. 세금은 정당성과 수용성이 생명으로 몇십 퍼센트 늘어도 놀랄 일인데 몇 배로 뛴다는 건 극히 비정상적이다. 정부 정책 잘못으로 집값이 뛰고 때맞춰 국회에서 세율까지 올린 결과로 국민이 유례없는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올해 부과 대상자 숫자는 가구 수의 4.3%, 주택 보유자의 6%며,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10% 넘는다는 분석이 있다. 일반 국민과 무관한 예외적인 일이 결코 아니다. 애초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법을 제정할 때는 과세대상을 5∼13만 명 정도로 아주 적게 잡았었다.

다주택자와 법인으로부터 무려 5조 원의 종부세를 걷는 계획의 파장도 심각하다. 세금을 얘기할 때 혈세(血稅)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국민의 돈이 그만큼 귀중하단 뜻이다. 그런데 다주택자와 법인은 ‘투기’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부당한 이익을 본 주역이므로 징벌적 세금을 매겨도 괜찮다고 여긴다. 맹점이 많은 생각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투기 때문이 아니라 주택 공급 부족과 통화량 증가 등 수급문제가 주원인이다. 투기 억제를 위한 그동안의 수많은 세제 강화와 규제가 거꾸로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했음을 우리는 익히 보았다.

‘나는 임차인이로소이다’라는 국회 연설로 국민의 공감을 얻은 의원에게, 사실은 자기 집을 세주고 있는 (나쁜) 임대인 주제에 무슨 소리냐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선과 악으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는 많은 임차인과 임대인이자 주택 소유자들이 거래하는 곳이 부동산시장이다.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은 무주택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셋집을 공급하는 중요한 시장 참여자다. 이들이 얻은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건 필요하지만 징벌로써 다스리는 건 잘못된 해결책이다.

‘종부세 한번 내는 게 소원이다’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부자만의 일로 치부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5조 원의 종부세 폭탄을 맞은 주택 보유자들이 내년 봄 이사 철에 전세 보증금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임대차 보호법의 전철처럼 강자를 겨냥한 종부세가 집 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에 대한 일반세인 재산세와 별도로 고액 부동산 소유자에 부과하는 세금으로써 이중과세 문제 등 위헌 소송을 겪었다. 보유세인 종부세의 연간 최대세율이 6%까지 적용되는 올해 고지 결과로 논란이 더해질 것이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내용이 너무 복잡해 세무사도 상담을 포기한다는 뜻에서 ‘양포세’로 부른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도 보유주택 수, 개인과 법인, 부부 단독 또는 공유, 보유 기간 등에 따라 세율과 적용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대상이 확대되면 더 혼란이 커진다. 과세 원칙인 보편성과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제관례에 따라 재산세로 통합해 운영하거나, 아니면 종부세 과세대상을 최소한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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