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마무리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의 합의 내용에 대해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의 정치 사회뿐 아니라 기업들도 기술 도입으로 탈탄소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COP26 합의 결과가 한국과 기업의 ESG 전략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는 주한영국상공회의소와 주한영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하고 삼일 PwC가 후원했다.
세미나에서는 스티븐 강 삼일 PwC ESG 플랫폼 리더(파트너)가 좌장을 맡았으며 반 전 사무총장과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이동규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난 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개최된 COP26의 합의 결과를 공유하면서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 따른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는 COP26을 개최한 영국 정부를 대표해 이번 합의 결과를 정리하면서 “기업들에게 전 세계 공동으로 나아가야 할 탄소 중립에 대한 확고한 메세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기업들이 과거의 탄소 배출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이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번 COP26 결과를 '물이 반 밖에 차지 않은 잔'에 비유하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총회 결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어와 표현이 완화된 것이 아쉽지만 모두가 하나가 되어 노력한다면 잔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OP26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지난 파리협약에서 약속했던 1,000억 달러 기후 재원 마련에 실패한 것도 아쉽다”며 “기후 위기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하나로 공동의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규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 국장은 “이번 합의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법적 환경이 바뀌어 질 것”이라며 “기업들 역시 RE100(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참여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역시 대통령 직속의 탄소 중립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라고 강조했다.
토론을 이끈 강 파트너는 “COP26 이후 기후 변화에 대한 각 국가의 기후 대응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업들은 ESG 경영과 탄소 중립을 위해 사업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31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된 COP26에서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선진국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기금을 두 배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내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막판에 중국과 인도가 최종 합의문에 담긴 표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면서 석탄 발전 '중단'이 '감축'으로 바뀌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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