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채팅 앱에서 잠복 중인 경찰관에게 마약 투약을 권유한 마약사범이 위법한 함정 수사로 체포됐다며 법원에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수원고법 형사3부(김성수 부장판사)는 2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약물치료 강의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7일 오전 3시께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주차장에서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필로폰 77.39g, 엑스터시 90정, 대마 17.05g 등을 구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주차된 자동차 바퀴 밑에 현금을 놓은 뒤 근처에 보관된 마약을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당시 마약을 구매한 뒤 채팅 앱에 접속해있던 수사관에게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인 ‘아이스(얼음)’를 함께 투약하자고 제안했다. 경찰을 마약 투약 전력이 있는 여성으로 생각한 A씨는 약속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채팅 앱에 ‘약을 하고 싶다’는 취지의 글과 마약을 투약한 주사 자국이 있는 여성의 사진을 게시했는데, 이는 범죄를 유발해 범인을 검거하는 함정 수사”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또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관이 소속 관서와 관직, 공무원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체포 과정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이미 마약을 소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수사관은 이를 가져오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일 뿐 계략을 사용해 범행 의사가 없는 이에게 범행 의지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체포된 직후 확인서에 직접 서명한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체포 절차가 위법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2019년 8월에도 마약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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