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지하차도 개설공사로 1억8,000여만원을 챙긴 현장소장과 이를 알고도 눈감아준 공무원이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장 A(53)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사기 방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B(47)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도내 한 지하차도 개설공사 시공사의 현장소장이었던 A씨는 2017년 9월 '혼합골재'를 시공하도록 설계된 곳에 20%만 혼합골재를 시공하고, 80%는 인근 공원에서 가져온 토사와 해당 공사 현장에서 수거한 골재로 시공해 1억8,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현장 감독관인 공무원 B씨는 혼합골재가 수량에 맞게 실제로 공사 투입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준공검사 조서를 허위로 작성 제출해 A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부실시공이 아니며, 편취액 역시 1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현장에서 수차례 혼합골재가 쓰이는 걸 보았기에 설계도서나 공사계약에 맞게 시공이 이뤄졌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범행의 고의를 부인한 B씨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A씨는 피해자인 지자체 공영개발사업소를 속여 과다한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B씨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는 등 A씨의 범행을 방조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것으로 조그마한 하자라도 발생시켜서는 안 되는 공사임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범행을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A씨가 피해액 변제 의사를 밝힌 점과 B씨가 얻은 이익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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