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당과 선대위에 “정책 메시지를 단일화하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선대위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공개 경고장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금액과 지원 시기를 두고 선대위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다른 말을 하는 혼란이 벌어지자 메시지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정책본부를 거치지 않고 후보에게 바로 전달되는 대선 공약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우리 선대위 내에 정책을 개발해서 공약으로 내세우겠다고 하는 부서가 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원래 정책은 원희룡 총괄본부장이 종합해 한목소리로 나갈 수 있도록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각기 다른 창구에서 얘기를 하면 나중에 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전에 윤 후보와도 이 같은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와 ‘메시지 창구 단일화’에 대해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공개 경고에 나선 것은 최근 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를 두고 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9일 원 총괄본부장을 통해 코로나19 손실보상 50조 원, 사회재건기금 50조 원 조성을 공약했다. 시기는 집권 후, 재원은 부처별 예산 구조 조정과 특별회계 등을 편성해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11일 강릉중앙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하면서 기존에 공약을 발표한 정책본부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이 같은 날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상반된 입장이 자주 부각되는 것을 보면 대선 후보가 2명인 것 같다”는 비판 논평을 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이준석 대표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추경 같은 경우에는 김 위원장의 말이 옳다”고 해명했다. 손실보상 문제는 집권 후에 마련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혼선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강한 질책이 반영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정책본부뿐 아니라 윤 후보 선대위 내부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선대위에서는 본부장과 실장급이 자신의 조직 인원을 늘리는 문제로 부딪치는 등 권한을 둔 자리 다툼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공약을 만드는 정책본부 외의 조직이 별도로 후보에게 아이디어 차원의 공약을 제안하는 문제도 불거졌다.
지도부가 ‘원 보이스’를 강조했지만 불협화음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시각 차를 드러내는 모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전 의원이 선대위 직속 기구로 복귀하면 김 위원장과 정책적인 입장을 달리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대표는 “윤 전 의원이 등판하시면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노선이 조금은 충돌할 수 있다”며 “이 부분도 조정을 잘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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