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집값 상승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마포의 실거래 가격이 지난 10월 기준으로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락세로 본격 전환하는 신호탄이라기보다는 관망세 확산에 따른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다. 지난주 보합이던 서울도 매매와 전세 모두 가격 상승률이 낮아졌다.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국(0.13%→0.09%), 수도권(0.14%→0.10%), 서울(0.10%→0.07%), 지방(0.12%→0.08%) 등이었다. 그동안 0.01~0.02%포인트가량 줄었던 것에 비해 이번 주는 0.03~0.04%포인트로 크게 축소된 점이 눈에 띈다.
서울은 25개구 중 22개구에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 지난주 상승 폭이 확대됐던 서초구를 포함해 강남4구 모두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됐고 관악구(0%)는 1년 7개월 만에 보합 전환해 상승세가 멈췄다. 올 한 해 급등세를 보였던 인천도 8개구 중 7개구가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경기 역시 급매물 출현에 45개 시군구 중 38개구가 상승 폭이 축소됐다.
수도권에서는 동두천(-0.03%)이 지난주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졌고 화성시(-0.02%)도 하락 전환했다. 이달 들어 화성시 ‘동탄역 센트럴 예미지’ 전용면적 96㎡는 직전 신고가(12억 4,000만 원·8월 거래)보다 2억 4,000만 원 낮은 10억 원에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서울 강남권과 서북권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가 있는 동남권 지수가 0.03% 하락했다. 마포·서대문·은평구가 있는 서북권은 이보다 큰 0.50%의 하락 폭을 보였다.
실제로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9㎡ 4층은 10월 직전 최고가(35억 원)보다 2억 원가량 낮은 33억 1,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72㎡가 전월 최고가(35억 원)보다 6억 7,000만 원 낮은 28억 3,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실거래가지수는 최신 시장 상황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과 같은 거래 가뭄 속에서는 급매·증여 등 일부 특수 거래 사례로 인한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하락 거래 건수 비중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하락 거래 건수 비중은 30.1%로 9월의 23.6%에 비해 6.5%포인트 높았다. 11월 30일까지 신고된 11월 거래 중에서는 41.3%의 거래 가격이 종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아직 하락 전환이 본격화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다.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 1~11월 누적 상승률도 전국 13.73%, 수도권 17.56%, 서울 7.76%로 지난해의 2배를 웃돌고 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선 전 계절적 비수기에는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매와 전세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다”며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진 것을 두고 본격적인 시장의 하락 전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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