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차기 정부로 미뤄진 CPTPP 가입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미중 눈치 보다가 가입의사 밝혔지만

사회적 논의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빨라야 내년 4월 이후나 신청 가능해

대선 후보들 적극적 해법 모색 필요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정부가 지난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화했다. 이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역·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 개방형 통상 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1년 만이다. 홍 부총리가 밝힌 가입 추진 사유가 지난 1년 사이에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닌데 1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사실상 손 놓고 있다가 지금 시점에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면 CPTPP 가입은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여론 수렴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와 국회 보고 등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입 신청 시기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기존 회원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청한다고 바로 가입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밝힌 사회적 논의 기간을 감안하면 가입 신청은 일러야 내년 4월 이후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정식 가입 신청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는 것은 사실상 그 공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CPTPP 가입의 득이 실보다 크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발표됐다. 그러나 CPTPP 가입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 발표 직후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이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에 대해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실히 판별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대외적으로는 의장국인 일본의 견제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취해진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PTPP는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을 포함한 어떤 FTA보다 개방 수준이 높다. 내년 2월 발효되는 RCEP의 개방률이 85% 수준인 데 반해 CPTPP는 95%가 넘는다. 개방률이 높고 참여국이 많은 만큼 시장 확대 효과도 크지만 우리 시장의 피해도 클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CPTPP에는 현재 의장국인 일본을 포함해 1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빠지면서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2019년 기준으로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2.8%(11조 2,000억 달러), 무역액은 15.2%(5억 7,00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영국이 올해 가입 신청을 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인 USMCA를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입 동의를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미중 패권 전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이 CPTPP 가입을 유보하고 공급망 조율 등을 위해 내년 초부터 강력한 아시아 경제협력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게 될 경우 수출입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를 낮추고 누적 원산지 제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누적 원산지 제도는 CPTPP 회원국에서 생산된 어떤 중간재나 부품도 수출국 자국 생산품으로 인정해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역내 투자와 중간재·부품 무역이 증가하게 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해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CPTPP 가입의 공은 이미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현 정부의 직무 유기를 탓하고 있을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차기 정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전략적 모호성’ 타령만 하지 말고 어떻게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해나갈 것인지를 제시할 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