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로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공익법인 등 기부모금 단체들의 투명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기부 단체에 요구하는 자질로 ‘투명성’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공시자료 공시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부단체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공익법인 등 기부모금단체를 평가한 결과 이 기간 별3점의 만점을 받은 건 굿네이버스와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어린이재단, 기아대책, 아이들과미래, 바보의나눔, 아름다운가게 등 7곳에 불과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1만514개 공익법인 가운데 평가가 필요한 599곳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들 중 자료를 낸 기관은 47개에 불과했다. 한국가이드스타 관계자는 “투명성·책무성 항목에서 국세청 공시자료 고시, 개인정보 처리 등 간단하고 기본적인 기준을 두고 평가를 진행했다”며 “단체들이 법인 기부금에 비해 개인 기부금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투명성과 신뢰도 관리에 소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체들의 인식과 달리 개인 기부금 규모는 법인 기부금보다 클뿐더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연구소가 국세청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부금은 14조5,000억원에 달했다. 개인이 9조2,000억원을, 법인이 5조3,000억원을 기부했는데 5년 전과 비교해 각각 1조5,000억원(개인), 4,000억원(법인) 증가했다.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부 단체를 선정하는 기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 행위 자체에 의미를 뒀던 과거와 달리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굿네이버스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올해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부단체를 고르는 기준으로 ‘투명성과 신뢰성(68.5%)’이 1위로 꼽혔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도 ‘모금 단체의 투명성 강화’(43.3%)가 ‘소득공제 확대 등 세금 혜택 강화’(13.1%)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 역시 ‘모금단체를 신뢰하지 못해서’(46.4%)가 ‘기부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43.4%)를 웃돌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이후 기부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추세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에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소수에만 기부금이 몰리는 ‘쏠림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재단의 모금액은 지난 2018년 1,565억 원에서 코로나19 시기였던 지난해 1,745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굿네이버스도 172억 원에서 252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기부가 들어와도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곳들의 기부 모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기부단체도 과거 타성에 벗어나 기부금 사용처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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