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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그토록 알고싶은 미래…인류는 답을 찾았을까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현암사 펴냄



고대 점성술부터 AI 모델링까지

앞날 예측 위해 수세기 안간힘

변수 다양해져 완전 예측 불가

'미지의 것' 남겨둬야 도전 지속







‘인간 삶은 이것 없이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목표를 설정할 수 없고,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에 착수할 수도 없으며 그 목표를 이루거나 이루지 못했을 때 발생할 결과도 고려할 수 없다. (중략) 이건 우리가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쭉 마찬가지일 것이다.’(머리말 중)

인간 삶에 있어 이토록 중요한 ‘이것’은 무엇일까. 연말연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찾는 점집도, 매일 아침 기상캐스터가 들려주는 오늘 날씨도, 증권사 리포트의 주가 전망도 이것에 기반한다. 정답은 바로 ‘예측’이다. 예지력, 예보, 선견지명 등으로도 표현되는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의지’다. 이것 없이는 우리가 ‘생각’이라 여기는 것의 상당 부분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국제 정치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마틴 반 크레벨드다. 그는 신간 ‘예측의 역사’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인간의 능력이 수 세기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소개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자 고안한 방법을 추적해가다 보면 자연스레 ‘미래를 안다는 것’의 의미와 이를 추구해 온 인간 본성을 엿보게 된다.



이야기는 현실 세계와는 한 발 떨어진, 비과학적 접근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대 인간은 현실 세계를 떠남으로써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靈)과 소통하는 샤먼, 성서 속 예언자,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탁자 등은 일상적 환경에서 벗어나 이른바 ‘변성 의식’이라 불리는 상태로 들어가는데, 이 상태가 되면 주위에 대한 인식 능력은 떨어지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감각이 강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의 어둠(시력 상실)에 휩싸인 후 정신(예지력)에 환한 불이 켜진 매개자의 이야기가 역사 속에 수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고 예측한 사람은 그리스 신화 속 눈먼 예언가 테이레시아스였다. 신화 밖 현실에서도 ‘이타코’라 불리는 눈먼 여성 예언가가 오랜 시간 일본 전통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 ‘참봉’이라는 앞 못 보는 한국의 남자 샤먼이 존재한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한 작가의 말을 빌려 한국이 참봉의 도움을 원하게 된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중의 염려 때문’이라고도 설명한다. 연이은 외세의 침략과 자연재해, 전염병을 경험한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오지 않은 미래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점성술이 ‘합리적 예측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2부를 여는 것도 눈길을 끈다. 1부에서 소개한 샤머니즘과 예언, 신탁, 해몽, 심령술과 연장선에 있을 법한 점성술은 그러나 과학적 관찰이라는 점에서 앞선 예측 방법들과는 다르다. 글이 발명 되기 한참 전, 2만 5,000년 전 사람들이 별을 보며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에 주기적인 질서가 있음을 발견했다. 계절의 변화, 비와 가뭄, 낮과 밤의 길이, 조수의 움직임 등은 그렇게 하늘의 움직임과 그 안의 질서를 읽어낸 ‘예측의 시도’에서 나왔다.



이후 사람들은 역사적 패턴 역시 반복되거나 순환한다고 여겼고, 이 논리로 역사와 경제를 설명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렇게 샤먼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점성술과 순환 예측을 거쳐 변증법, 설문조사, 모델링, 전쟁 게임(예측 시뮬레이션) 등 현대에 들어 개발된 과학적 예측 방법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늘 블랙 스완이 존재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예측을 방해하는 변수도 많아졌다. 저자가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더 예측을 잘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다.

인류의 무수한 미래 예측사가 보여주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아닌, 이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발휘해 온 그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과 지혜다. 그렇기에 인류의 무수한 미래 예측의 노력을 읽을수록 ‘어떤 미래는 미지(未知)로 남겨둬야’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저자는 앞 날을 모두 알아버린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자가 예측의 역사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도 여기 있다. ‘우리가 미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안다면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을 내리지 않고 오직 예정된 길만 걸어갈 것이다. 미지의 것에서 오는 신비로움과 설레는 기대감,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붙는 도전 의식은 전부 사라질 것이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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