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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 “지금 내가 잘 할 수 있던 게 청춘물… 현실적 공감에 초점 맞췄어요”

20대 청춘 이야기 현실에서 나올 법한 장면·대사로 공감 일으켜

20대인 본인과 주변 경험 녹아… "나를 쪼개 네 주인공으로 만들어"

일상·감정선으로만 극 이끌어… "어렵진 않았지만 걱정은 됐다"

드라마 작법 등 교육 대신 노희경 작가 대본집 읽어 "'교과서' 같은 존재"

‘그 해 우리는’의 각본을 쓴 이나은 작가가 드라마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SBS




“우리 이거 맞아? 우리 지금 이러고 있는 거 맞냐고. 다른 사람 아니고 우리잖아. 그저 그런 사랑한 거 아니고, 그저 그런 이별한 거 아니잖아. 우리, 다시 만났으면 잘 지냈냐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힘들진 않았냐고,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잖아. 어떻게 지냈어? 말해봐. 어떻게 지냈어, 너?”

지난 25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6회의 마지막 장면, 최웅(최우식)은 헤어진 연인 국연수(김다미)과 재회한 후 안부를 물으며 한 대사다. 특별할 게 없는, 현실에서 들을 법한 말이지만 두 배우의 연기와 어우러져 되레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수가 뒤돌아선 채 내뱉은 “우리가 헤어진 건 다 내 오만이었어. 너 없이 살 수 있다는 내 오만”이라는 독백도 현실적인 명대사로 꼽힌다. 드라마의 각본을 쓴 이나은 작가가 최근 서울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꼽은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만일 나라면 어떤 말을 할까’ 하며 좀더 몰입하니 현실적인 대사가 나왔다“며 “평범하고 꾸밈 없었지만 이런 점이 드라마의 아이덴티티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스틸컷. /사진 제공=SBS


“대사가 특별하지 않고, 멋있거나 잘 꾸며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사를 쓸 때 오래 걸리지는 않는 대신 적재적소에 나와야 힘을 받기 때문에 상황 구성에 많이 고민했어요”

‘그 해 우리는’은 고등학교 전교 1등 국연수와 전교 꼴등 최웅이 오랜 연애 끝에 헤어진 뒤 성인이 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20대 청춘들의 인생과 사랑을 통한 성장을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린 덕분에 5%대의 시청률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작가는 미니시리즈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강렬한 갈등관계나 극적 사건 없이 소소한 일상,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만으로 16부작 드라마를 이끌면서도 화제성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작가 본인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대중에 먹힐까’ 하는 걱정은 있었다고. 하지만 감독과 프로듀서 모두 잘 읽힌다고 해줘서 쭉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게 이 작가의 말이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스틸컷. /사진 제공=SBS




이 작가의 실제 나이도 20대이기 때문에 작품 속 청춘들의 이야기는 실제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최웅, 국연수, 김지웅(김성철), 엔제이(노정의) 모두 이 작가가 “나를 쪼개 네 명으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경험이 녹아 있다. 그는 “내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쓰는 언어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현실에 초점을 두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았다”고 돌아봤다. 또 “그런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를 보면서 누군가 위로를 받았다고 하니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여 말했다.

공교롭게도 데뷔작인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전작인 ‘연애미수’까지 모두 청춘의 이야기다. 이 작가는 “거창한 걸 하기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분 정도 길이의 드라마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고, 1분이 5분, 5분이 10분, 10분이 30분이 되다 보니 1시간짜리 드라마 작가가 돼 있더라”고 수줍게 말했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스틸컷. /사진 제공=SBS


그는 젊은 나이에 미니시리즈 작가로 데뷔했지만, 드라마 작법 같은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사회 초년생 시절 우연히 웹드라마 제작사에 자막·카드뉴스 담당자로 입사했다가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부터 작가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글을 쓰기 위해 무작정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집을 사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봤다. 이 작가는 “제게는 노 작가님의 작품이 교과서 같은 드라마다. 가장 존경하는 작가”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 해 우리는’은 해외에서 인기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관심을 얻었고, OTT 순위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 29일까지도 글로벌 TV쇼부문 10위에 올라 있다. 매일 들락거리던 플랫폼에 제 작품이 걸려 있어서 영광스럽고 기뻤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국적 관계없이 모두에게 청춘이 있기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특히 아시아는 비슷한 학창시절을 공유하기에, 한국의 청춘 로맨스도 사랑 받았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해 우리는’의 각본을 쓴 이나은 작가가 드라마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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