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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 블루칩과 신진의 조화 추구하는 페로탱 갤러리

2030 젊은 작가 중심의 그룹전

성 소수자의 노골적,우회적 표현들

다양한 국적,인종 아우르는 작가들

엘리나 페레즈의 드로잉 'Christmas Time in Providence'은 성 소수자로서의 은밀한 개인 생활을 시각화 했다.




최근 뉴욕 화랑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엘리나 페레즈 (Alina Perez)는 성 소수자인 자신의 개인적인 일상과 삶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한 드로잉과 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작업의 재료로 목탄이나 오일 파스텔을 주로 사용하는 페레즈는 빠른 즉흥성을 요구하는 재료적 특성을 발휘해 적극적인 감정 표현을 유려한 선(線)에 담아낸다. 지난해 뉴욕 트라이베카의 델리 갤러리 (Deli Gallery)에서 성공적 개인전을 끝낸 페레즈가 글로벌 화랑 페로탱 갤러리가 기획한 그룹전에 폭 3m에 육박하는 거대한 드로잉 작업 ‘Christmas Time in Providence’을 내놓았다. 동성애 여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묘사된 작품이다.

세계 톱갤러리로 꼽히는 페로탱 갤러리(Galerie Perrotin)는 엠마누엘 페로탱이 1990년 파리에 처음 설립한 화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페로탱 갤러리는 유럽·아메리카·아시아 대륙에 지점을 두고, 56명의 전속작가를 소개하는 초대형 갤러리로 성장했다. 에밀리 매 스미스 (Emily Mae Smith), 헤르난 바스 (Hernan Bas), 미스터 (MR.) , 매드사키 (Madsaki), 마우리치오 카텔란 (Maurizio Cattelan) 등 블루칩 작가들이 페로탱 소속이다. 한국인으로 박서보, 이배, 박가희 작가도 포함돼 있다. 페로탱 갤러리는 다른 대형 화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점들의 비중이 크다. 페로탱은 2010년대 들어 홍콩을 시작으로 서울, 도쿄, 상하이 순으로 적극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을 이뤄냈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뉴욕 페로탱갤러리의 젊은 작가 그룹전 ‘Late Night Enterprise’ 전시 전경.


지난 2013년 뉴욕에 진출한 페로탱갤러리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에 개관했다. 4년 후 로워 이스트사이드로 확장 이전해 지금까지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페로탱갤러리는 전속 작가들의 전시 뿐만 아니라 젊은 아티스트의 그룹전도 자주 기획하고 있는데 지난달 개막한 전시 ‘Late Night Enterprise’도 그 중 하나다. 20~30대의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기획된 이 그룹전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저서 ‘유토피아적 몸’에서 밤은 육체가 기존 공간과 분리되고 또 다른 새로운 공간에 투영된다고 묘사한 것에서 제목을 따 왔다. ‘늦은 밤 기업’으로 번역되는 전시 제목처럼 낮과 달리 밤에 발생하는 무한한 담론들의 가능성이 작품에 투영됐다. 출품작 대부분은 여성, 성 소수자, 다인종, 사이버 문화 등의 소재를 보여준다.

벽면 하나를 통째 차지한 리차드 케네디의 거대한 페인팅 'Giving > Torn Floral'


전시장에는 22명 참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대단히 동시대적이라는 게 첫인상이다. 벽면 하나를 통째 차지하고 있는 리차드 케네디 (Richard Kennedy)의 대형 페인팅 두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의 정형화된 캔버스를 벗어나 격자무늬로 오려진 캔버스가 자수처럼 엮여 벽에 걸렸다. 케네디는 전통적인 페인팅의 제작 방식을 벗어난 표현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앞서 본 페레즈의 드로잉과 큰 틀에서는 같은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케이틀린 체리, 엘리나 페리즈 등의 작품이 전시 중인 뉴욕 페로탱 갤러리 전경.




같은 벽면에 걸려있는 케이틀린 체리 (Caitlin Cherry)의 페인팅들도 요즘의 뉴욕 아트신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체리는 지난해 가을 페이스(Pace) 갤러리의 그룸전에도 참여했다.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흑인 여성 인플루언서들의 스크린샷을 수집한다. 그녀가 수집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성적인 대상으로 상업화된 흑인 여성 신체와 관련있다. 체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디지털 화면의 색감을 가진 회화로 재해석한다. 전시된 두 점의 회화는 마치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듯하다. 그녀가 재해석한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로 다시 태어나 차갑고 이질적인 색을 드러낸다.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종종 목격한 성적 관망의 대상이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브레이어 피-오릿지의 오브제 작업과 베티 탐킨스의 페인팅 등이 전시중이다.


전시장 중앙 기둥에 있는 크리스티나 유나 고 (Christina Yuna Ko)의 작업도 독특하다. 오브제 모양으로 재단된 나무 패널 위를 옅은 파스텔 톤의 색으로 덮은 작품이다. 각기 다른 여러 오브제가 벽면에 하나의 무리를 이루며 붙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들 오브제를 통해 작가는 서구 세계가 아시아 문화에 대해 갖는 페티시, 편견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계속된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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