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보완 수사를 성남지청에 지시한 것을 두고 ‘사건 뭉개기’나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검찰이 결국 경찰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여권 대선 주자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중요 사건을 이례적으로 대검찰청이 아닌 수원지검에서 수사 지휘했다는 점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른바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8일 성남지청은 “금일 수원지검의 지휘를 존중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분당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지난 7일 부장검사 전원이 참석한 회의 등을 거쳐 성남지청에 보완 수사를 지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한 바 있다.
경찰에 보완 수사를 넘기긴 했지만 법조계에선 수원지검이 보완 수사를 지시한 배경에 각종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제기되는 건 내외부 추스르기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 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받고 기업들에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성남지청이 재수사 여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박은정 지청장이 재수사나 보완 수사 요구를 막는 등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과정에서 불거진 수사 무마 의혹을 잠재우고, 혹시나 동요할 수 있는 검찰 내부 여론도 다독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조치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아울러 기존 주요 사건과 달리 수사 지휘를 대검이 아닌 수원지검이 내렸다는 점에서 이른바 ‘선 긋기’나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은 앞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주요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 지휘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여권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한 지휘는 수원지검에 맡겼다. 지청장 출신 A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주요 사건은 대검이 직접 지청 수사를 지휘한다”며 “검사 생활을 20년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 전까지 수사는 하겠지만 절대 시늉만 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총장과 대검이 꼬리 자르기 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완 수사를 맡게 된 분당경찰서는 이미 지난해 9월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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