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어민들이 8일 정부의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사업에 반대해 어선 600여 척을 동원한 해상 시위를 벌였다. 여수 해역에서는 14곳에 걸쳐 4.8GW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 사업 신청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접수됐다. 이 가운데 7곳(2.8GW)의 전기사업 허가가 이뤄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민들은 황금 어장에 풍력 단지가 조성되면 어업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바다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어민들의 반발은 정부가 해상 풍력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여수는 물론 신안·울산 등 전국 113곳에서도 32GW 규모의 해상 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 풍력 사업을 추진하면 바다에 넓은 발전 면적이 필요해 어민들의 조업 해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 규모가 가장 큰 신안의 경우 서울의 2배 가까운 크기의 바다에서 사업이 추진된다. 그렇다고 정부의 홍보처럼 일자리가 그리 많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어서 어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범 사업이나 조업 환경에 미칠 영향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강행하니 어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같은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사업도 발전에 필요한 토지가 많이 필요한 데다 난개발 폐해가 불거지면서 농민들의 반대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5년 동안 태양광·풍력발전의 설비 용량을 늘리는 데 24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기대만큼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가 근본적으로 태양광·풍력발전을 할 입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탈원전’이라는 이념에 얽매여 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붙이며 농어민 삶의 터전만 빼앗고 있다. 차기 정부는 무모한 재생에너지 과속 확대를 멈추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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