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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뒤늦은 후회"…러 미사일 침공에 우크라 속수무책

우크라, 미국에 첨단 방공망 지원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

전·현직 관료들 "러시아에 첨단 무기 넘어갈까봐 주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드네프르 강 인근 지역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 여러 곳에 미사일 공격으로 침공을 나서면서 미국의 '오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보도했다.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014년 크림반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완패하자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에 첨단 지대공 미사일 등 방공 무장을 지원해달라고 계속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런 서방의 첨단 핵심 전략 자산이 자칫 러시아 손에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지원을 주저했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이런 무기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 지도 의심했다.

러시아의 반발도 한 이유였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러시아로서는 모스크바에서 1000㎞도 떨어지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첨단 미사일이 배치되는 상황은 '악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인근 추기예프 군 공항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NBC방송은 이같이 미국이 주저하는 사이 우크라이나 방공 체계는 첨단화에 실패했고 결국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패착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지상군 투입에 앞서 상대를 미사일과 포격으로 먼저 제압하는 작전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첨단 방공체계가 있었다면 러시아가 침공 방침을 재고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도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빠르게 했다면 현재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3∼2016년 나토군 최고사령관 겸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나토와 당시 연루됐던 개별 각국은 기회를 놓쳤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크림반도 사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방공망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참모진에게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이었던 존 브레넌은 미국은 이런 무기가 러시아의 손아귀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시내로 우크라이나군 탱크들이 진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2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무장 지원하면 그게 적절히 사용될 것이라 보장할 수 있나"며 "이런 무장이 다른 세력에게 넘어가 악용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로서는 견딜 수 없는 공격적 행동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무장 지원보다는 경제 제재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우크라이나에 방공체계가 아니라 야간 투시경과 방호복만 지원했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CNA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은 당시에는 이런 판단이 틀리지 않았을지라도 추가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제공하긴 했지만 끝내 대공방어 체계는 내놓지 않았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도 굼떴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티브리디스 전 최고사령관은 미 정보기관들이 이미 6개월 전 러시아가 침공을 계획 중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그 시점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패트리엇 미사일 등 첨단 방공 체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6개월간 그들의 손에 적절한 무기를 쥐여주려고 사력을 다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오바마 행정부와 비슷한 우려로 방공 체계 현대화에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NBC방송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13일 수도 키예프의 보리스필 공항에서 리투아니아로부터 공수된 미제 FIM-92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박스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비공개 의회 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첨단 무기를 제대로 수용할 역량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소식통들은 정부가 이런 지원책이 러시아를 자극할까봐 우려했다고 전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측은 이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옛 소련의 무장을 근간으로 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방공 체계는 낙후된 만큼 전자 교란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발트 3국에서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를 지원받았지만 이 역시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시 미국이 반군 무자헤딘에 제공한 무장일 정도로 구식이다. 미 싱크탱크 실버라도 폴리시 액셀러레이터의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는 러시아가 전면 침공에 앞서 대규모 공습과 탄도미사일을 앞세울 것이라 예상하며 "우크라이나는 이런 무장에 대항할 대안이 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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