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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당신의 편견을 죽여주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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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다’라는 말에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지 생각해보자. 사전엔 두 가지 뜻이 적혀있는데, '몹시 고통을 당하여 못 견디게 하다' 그리고 '몹시 만족스럽거나 흡족하다'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오늘 소개할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둘 중 과연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노년층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서울 지하철 역에서는 장애인 이동권리 예산 요구 시위가 벌어지며 출근길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성소수자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회적인 시선은 변함이 없다. 이들이 모두 한 스크린에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2016년 개봉한 ‘죽여주는 영화’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65세 소영(윤여정)은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다. 종로 일대에서 "저랑 연애 안 하실래요?", "박카스 한 잔 하실래요?" 라고 말하는 소영은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소문나있다. 소영이 어느날 성병 치료차 방문한 병원에서 필리핀 여자가 난동을 부려 경찰서로 끌려가고, 1층에 홀로 서있는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혼혈) 민호를 무작정 데리고 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민호와 함께 도착한 소영의 집에는 트랜스젠더 집주인 티나와 장애를 가진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이 함께 살고 있다. 갑자기 단속반이 떠 허탕을 치기도 하며 힘들게 호객행위를 하던 소영. 단골 고객이었던 송 노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있는 걸 알고 병문안을 가게 된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창피하다며 자신을 죽여달라는 송 노인의 부탁을 받고, 결국 정말 말 그대로 농약을 먹여 그를 '죽여주게' 된다. 이후 다른 노인들에게서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게되면서 소영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의 첫인상은 낯설고 새롭다. 노인, 장애인, 트랜스젠더라는 사실 이외에도 박카스 할머니, 성인 피규어 작가라는 직업마저도 처음엔 다소 멀게 느껴졌다. 소재도, 인물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농담을 주고받으며 집에 드나들면서도 항상 서로에게 인사하는 이들의 모습은 유쾌하고 따뜻하다. 영화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밝고, 오히려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소영은 일을 나갈 때 담뱃갑 2개를 쥐여주며 도훈에게 민호를 맡기고, 다 같이 나눠 먹기 위해 일부러 더 큰 사이즈의 치킨을 주문한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요즘 사회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쉽사리 다룰 수 없는 소재들이 가득 담긴 이 영화를 이끌어갔던 건 배우 윤여정이었다. 다른 작품에서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윤여정은 영화 속 소영 그 자체였다. 배우 인생 50년 동안 이 영화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다는 윤여정의 말대로, 쉬이 연기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잘 소화해냈다.

소영은 박카스 할머니로 살기 이전까지도 식모살이, 공장, 그리고 동두천 미군 부대까지 거쳐왔다. 늘 남 도움 없이 스스로 돈을 벌어왔고, 사회에서 무시당하며 궂은일들을 모두 지나쳐 왔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제대로 '존중'할 줄 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투가 차갑고 까칠해 보이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 소영이 화를 내거나 누군가를 무시하는 장면 등은 찾아볼 수 없다. 갑자기 혼자가 된 민호를 발견하고서 의사소통이 안되는데도 무작정 집으로 데려오고 박카스 할머니들의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며 쫓아오는 감독을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소영은 노인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러모로 '죽여주는 여자'였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박카스 할머니들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는 감독에게 소영은 마지막으로 "돈 되는 거 해, 늙어서 나처럼 개고생하지 말고"라고 말한다. 농담처럼 던진 이 말은 꽤나 자조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그저 평범하게 느껴졌던 소영. 알고 보면 그녀는 항상 힘든 일만 골라 하며 손가락질 받는 쓸쓸한 삶을 살아왔다. 그 옆에서 행복해 보였던 티나, 도훈도 결국 소외된 사람들일 뿐이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들은 씩씩하고 인간미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항상 약자로 등장했던 이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화기애애한 모습을 그려내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를 낯설고 새롭게 느끼는 우리가 도리어 사회가 정의한 환상 속에 살고 있던 건 아닐까. 결국 이들을 '소수자'로 정의한건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 아니었을까.

◆시식평 : 오히려 이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면

+ 요약
제목: 죽여주는 여자

장르: 드라마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윤계상 외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1분

개봉: 2016년 10월 6일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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