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이전을 목표로 추진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일단 불발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오늘 아침 (윤 후보 측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의 혼란과 피로감을 키우는 책임 공방이다.
윤 후보가 단일화 문제를 처음 거론하는 회견에서 결렬 소식부터 전한 것은 진정성 없는 태도다. 회견에서는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 집권 시 연합 정부 운영 및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윤 후보 등은 협상 과정·채널을 공개하면서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윤 후보가 “야권 통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국민의힘이 단일화 결렬에 대비해 ‘안철수 고사 작전’에 나섰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윤 후보가 낮고 절실한 자세로 신뢰를 찾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안 후보의 ‘후보 사퇴’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헌법 가치 수호 등 ‘가치 연대’를 표명하고 공동 정부 구성이나 합당 시 안 후보의 주도적 참여 보장 방안, 이준석 대표의 단일화 조롱에 대한 사과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수 유권자가 바라는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할 경우 윤 후보 등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안 후보도 끝까지 독자 출마를 고집할 경우 ‘정권 연장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윤 후보가 문자메시지로 회동을 제안했음에도 안 후보가 “내 제안이 철저히 무시당했다. 립서비스는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난하는 것도 지나치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두 후보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사전 투표 개시일(3월 4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위해 최후의 노력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대선이후 통합과 협치에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