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고/ 새려면 늘 언제나 오늘이소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조선 후기까지 전승된 580수 가곡의 노랫말을 수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집(歌集)이자 시조집인 ‘청구영언(靑丘永言)’의 첫 곡이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가곡(歌曲)’의 원천이기도 한 ‘청구영언’이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문화재청은 28일 ‘청구영언’을 비롯해 사자 모습을 본 뜬 고려 시대 청자, 불교조각과 불경, 조선 시대 전적 등 5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청구영언의 청구(靑丘)는 우리나라, 영언(永言)은 노래를 뜻한다. 청구영언은 ‘해동가요(海東歌謠)’ ‘가곡원류(歌曲源流)’와 더불어 조선 3대 가집으로 불린다. 조선 후기 시인 김천택이 1728년에 쓰고 편찬한 책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그의 친필(親筆)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구영언은 시조의 작가가 분명한 경우는 작가별로, 작자미상의 작품은 주제별로 분류한 체계적인 구성을 갖췄다. 또한 작가는 신분에 따라 구분해 시대순으로 수록했으며, 전승내역을 최대한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청구영언의 체제는 이후 가곡집 편찬의 기준이 됐고, 약 200종까지 지속적으로 발간됐을 만큼 후대에 끼친 영향이 크다.
보물로 지정예고 된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靑磁 獅子形蓋 香爐)’는 사자 모습의 뚜껑과 네 굽 달린 받침으로 이뤄진 고려 시대 향로다. 2007~2008년 동안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 선박인 ‘태안선’에서 발견된 도자기다. 태안선은 12세기 전반 강진에서 제작한 청자를 싣고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 가던 중 침몰했는데, 약 2만5000여 점의 청자와 유물들이 여기서 발굴됐다. 청자 향로 뚜껑의 사자는 앞다리를 세우고 웅크리고 앉아 있으며, 다리 사이에는 장식구슬(寶珠)을 끼고 있다. 귀를 세우고 입을 벌려 혓바닥까지 내놓은 사자의 모습이 투박하지만 해학적이다. 일반적으로 고려청자는 섬세하고 세련된 조형성을 보이지만, 이 향로 뚜껑의 사자 형상은 다소 파격적이고 이례적이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측 관계자는 “제작사례가 희소한 상형청자로서, 발견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고 투박한 표현과 해학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고려 시대 도자유물”이라며 “비록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몸통 일부가 정제되지 못했으나, 이 또한 상형청자의 제작이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모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5세기에 조성된 ‘서울 조계사 목조여래좌상(서울 曹溪寺 木造如來坐像)’도 보물이 된다. 원래 전남 영암 도갑사(道岬寺)에 봉안됐으나 지난 1938년 6월 조선불교 총본산(總本山) 건립에 맞춰 지금의 조계사로 옮겨진 상징적인 불상이다. 일제강점기 왜색불교를 배척하고 조선불교의 자주성과 정통성 확보를 열망한 당시 불교계가 염원을 담아 불상 이안(移安·옮겨옴)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한국불교사 및 불교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가 큰 불상이다. 특히 이 불상은 중국 명나라의 티베트 불상 양식을 수용한 매우 희귀한 사례이며, 조선 전기 불상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큼 높은 수준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禪宗)의 창시자 달마대사(?~528)가 설법한 교리를 정리한 불경 ‘달마대사관심론(達磨大師觀心論)’도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지정예고 대상은 1335년(고려 충숙왕 복위 4) 경주 계림부에서 만든 목판으로 제작된 1책 분량의 목판본이다. 현재 전하는 ‘달마대사관심론’ 중 가장 오래된 조선 초기 인출본으로, 마지막 장에 간행 상황을 알려주는 여러 내용이 기록돼 있어 서지학 뿐 아니라 역사자료로서도 가치있다.
춘추시대 역사서인 ‘춘추’의 주석서를 새긴 ‘춘추경좌씨전구해 권1~9, 20~29, 40~70’도 보물이 된다. 1431년(세종13) 경상도 청도에서 새긴 목판으로 찍어 제작한 것인데, 50권 5책으로 현존 수량이 가장 많고, 인쇄와 보존상태도 양호해 관련 분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들 5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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