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슈 리포트] 경제 붕괴 부른 푸틴의 자충수…'패권 추동력' 얻은 바이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러 득실

러, 안보 위협 명분으로 침공했지만

'역사적 소명' 앞세운 이념전쟁 양상

우크라 항전에 서구 후방지원 효과

어떤 시나리오든 러 치명상 불가피

나토 동맹국 勢불려 대러 공세 고삐

獨, 이례적 국방비 증액·무기 현대화

美도 방산·에너지 기업 이익에 得

대립 강화 속 韓 외교역량 강화 시급





팬데믹으로 인해 전 지구가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며 국제적 패닉을 초래했다. 이 전쟁의 향배는 아직은 매우 불확실하며 그 결과도 가변적이지만 미래 국제정치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올 국제정치적 여파와 각국의 손익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소련식 역사인식이 재앙의 근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자연적 영향권(natural sphere of influence)’으로 인식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점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동슬라브족으로서 키예프공국이 러시아 역사의 모태이며 같은 소연방의 일원으로 크름반도(크림반도)라는 영토까지 우크라이나에 선물한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또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점령돼 경제적 폐해가 컸던 돈바스 지역의 경제 부흥을 위해 대규모로 이주한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어 사용과 자치를 주장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선택한 이유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듯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역사의 일부이며 레닌 혁명 이후 러시아 볼셰비키들이 세운 국가라고 주장하는 소련식 역사관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전쟁 결정은 이념적이어서 합리적 계산에 의한 향후 타협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과거 2차 대전 당시 일부 서부 우크라이나인들이 독일에 부역했고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에 참여했던 ‘라이트 섹터(right sector)’가 극우, 극단주의적 견해 및 반러시아 정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서부 주민들의 지지로 만들어진 합법적 정부가 나치주의자라고 보고 전쟁의 소명을 탈나치화(Denazify)라고 주장한다면 이번 전쟁은 혐오에 기반한 것인 만큼 전쟁의 피해가 다시는 양국이 화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쟁이 마치 종교전쟁 같으며 협상으로 해결되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러시아가 얻게 될 지정학적 이익은 경제적 타격보다 작을 것

두 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이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정전 조건에 돈바스 지역의 지위와 나토 가입 문제 등이 논의되겠지만 항복을 받아 내려는 러시아와 항전을 위해 시간을 끌려는 우크라이나가 어떤 합의점을 찾기는 당초부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쟁의 결말을 현재 예측하기는 어렵다. 참전에 선을 그었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규모 무기 및 자금 지원, 그리고 인터넷망 보호 등 후방 지원이 예상보다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 의지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면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과 크름반도 통로가 확보되는 흑해 연안까지 전선을 물리고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 합병 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이 경우 EU는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나토에 가입시킬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에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점령된다면 철군을 대가로 서구와의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서구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경우 러시아는 장기 점령을 통해 친러 정부 수립을 시도하겠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정서와 항전 의지를 보면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철군 전에 시설 파괴와 정치인 보복이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어떤 시나리오라도 러시아가 받게 될 경제적 타격이 지정학적 이익보다 훨씬 클 것은 자명해보인다.

나토 자강(自强)으로 인·태 전략의 더 큰 추동력을 얻게 될 미국

이번 푸틴 대통령의 전쟁 결정은 예상 이상으로 나토 동맹의 결속력을 높였다. 나토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나토 군사비 분담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군사비 분담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나토 동맹국이 공격받을 때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나토 조약 5조)을 재검토하겠다고까지 으름장을 놓은 적도 있다. 올 2월 2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무기 현대화에 1000억 유로를 투자하고 2014년 나토 회의에서 합의했지만 그간 이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수준인 국방비를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독일의 전후 평화주의 외교정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의 상호 연관성과 이해 수준이 높은 독일이 에너지 안보에 핵심적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까지 단호하게 폐기했다.
EU가 취한 강력한 대러 제재는 전쟁의 결과와 관계없이 러시아의 강력한 보복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독일뿐 아니라 EU 차원의 국방력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폴란드, 발트 3국 등 러시아 위협에 일선에 서게 될 국가들의 안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복기해보면 미국이 이례적으로 군사정보를 유출하고 전쟁 가능성을 계속 주장한 것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안보 위기를 고조시켜 나토의 자체 국방력을 강화시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 집중할 여지를 주고 경제적으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에너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미국이 지금처럼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핵전쟁의 위기에 들어설 수 있음이 전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회와 부담을 모두 지게 된 중국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러 갈등에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미국의 대러 압박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러시아가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화할 수 있고 미국의 대중 압박도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한 상호 지지를 공식화한 것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를 반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강도와 제재 강도가 예상보다 커 중국이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서는 것이 미국과 경쟁하는 주요 2개국(G2) 중국에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최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러시아 로스네프트·가스프롬과 수백억 달러 규모의 원유 및 가스 계약을 한 것처럼 제재받는 러시아의 경제적 탈출구 역할을 하려 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미국의 수출 통제를 극복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이 또한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2차 냉전으로

향후 글로벌 정치의 역동성이 미국 대 중국, 미국 대 러시아, 나아가 미국 대 중러의 강대국 모두에 종속되는 2차 냉전 구조가 바로 도래할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경제 논리보다는 안보 논리가 우세해지고 힘의 집중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온 유럽과 인도·브라질 등 지역 파워의 역할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조가 더욱 또렷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균형점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외교를 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외교정책 역량을 키울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안 및 위기 관리를 하는 시스템과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확대·연계돼야 하며 결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각별한 노력과 능력이 새 정부에 필요할 것이다.




엄구호 교수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러시아 모스크바대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러시아 금융산업집단의 정치경제적 역할’ 등을 저술하는 등 러시아의 정치경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과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유라시아 정치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