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는데도 희귀질환이 아니어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도적 모순을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종혁(사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14일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의 개념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적 모순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정기관과 관련 법령마저 나뉘어져 있어 일부 약제는 희귀의약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며 “대체제가 없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우선적으로 보험을 적용하고 사후 평가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천식 치료제 '누칼라'와 '싱케어', 영유아 혈관종 치료제 '헤만지올', 리소좀산 지질분해효소결핍증 치료제 '카누마', 단장증후군 치료제 '가텍스', 각결막염 치료제 '알리무스', 편두통 예방 치료제 '엠갈리티' 등 7종은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으로 허가 받았지만 희귀질환 치료제로는 분류되지 않아 3~7년째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이원화된 제도 탓이다. 현재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결정한다. 하지만 보험 적용은 이 희귀의약품이 처방되는 질환이 ‘희귀질환’ 요건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국내 관련법상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어야 한다. 만약 유병인구가 2만 명을 넘으면 희귀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질환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더라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 요건이 다르다 보니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받은 102종 약제의 보험등재율은 55.9%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보험을 적용 받기가 한결 수월하고 산정특례 적용을 받을 경우 환자는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희귀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질환은 희귀의약품이 개발돼 허가를 받아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희귀의약품에 대한 정부 지원 조건을 대폭 완화해야 현실적으로 환자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은 희귀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신약지정(BTD), 프라임(PRIME) 등의 제도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며 "까다로운 국내 제도를 개선하고 해외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차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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