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 작업이 철저히 ‘전문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직전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시절 캠프 핵심 인물들이 당선인과 거리를 두던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캠프 출신부터 과거 정부 출신 인사까지 전문성만 갖췄다면 등용에 거리낌이 없다. ‘통합정부’를 강조해 온 만큼 호남 출신 등 지역 안배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전체 인수위원의 절반가량이 공개된 가운데 윤 당선인의 인사 키워드는 ‘전문가’ ‘MB·朴계’ ‘통합정부’ 등으로 정리된다.
윤 당선인은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9명에 대한 추가 인선을 발표했다. 전날 발표한 기획조정분과 3명을 더하면 인수위원 24명 중 절반 인선이 완료된 셈이다. 인수위원 인선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번 주 내로 인수위가 출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① ‘전문성’ 강조…尹 “세밀한 전문가 원한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인사에 앞서 “세밀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 등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잘 이해하고 조율해 나갈 수 있는 학계 전문가들이 전면에 포진한 것이 특징이다.
윤 당선인의 대선 캠프 출신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았다. 선대위 경제정책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50조 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 윤 당선인의 핵심 경제 공약 설계를 총괄해 온 거시경제 및 국제 금융정책 전문가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행정학회 첫 여성 학회장으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다. 현재도 유엔 공공행정전문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행정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인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회계학 분야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당시 맡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사건에서 전문성과 연계된 지적을 했던 것이 깊은 인상을 남겨 일찍이 인수위 인사로 점찍었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관료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기획조정 전문위원을 지냈고 유상범 의원은 20년 이상 검찰과 변호사 생활을 한 법률 전문가로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췄다.
②MB·朴정부 때의 실력자들도 대거 귀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실력’을 입증한 이들도 대거 복귀했다. 외교안보분과 간사에 임명된 김성한 전 차관은 대표적인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다. 당시 대통령 외교안보자문위원과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다. 인수위원으로 합류한 김태효 전 대통령전략기획관 역시 이명박 정부에 몸담았던 MB맨이다. 이명박 인수위에서 외교통일안보분과 상임자문위원을 맡았었고 이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대외전략비서관을 거쳐 수석급인 기획관까지 지냈다.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도 인수위 명단에 포함됐다. 경제1분과 인수위원인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014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2016~2017년 기재부 1차관을 지낸 거시경제·금융경제 분야 전문가다. 향후 윤 당선인의 연금 개혁, 주식 양도세 폐지 등 공약을 정부 부처와 협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③ '통합정부' 정신도 살뜰하게 투영…호남 출신 포진
인수위 인사에는 ‘통합’ 키워드도 반영됐다. 취임 이후 ‘여소야대’ 상황을 맞이하게 될 윤 당선인으로서는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경 등 과제를 밀고 나가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할 수 있는 인사 영입이 중요해졌다. 국무총리 등 인사청문회에서 거대 야당의 반대를 뚫을 만한 인재 영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로 호남 출신의 이용호 의원이 기용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초선 시절 정책위 의장을 지내며 정책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무소속이던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윤 당선인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호흡을 맞춰 왔는데 윤 당선인은 직접 입당 환영식에도 참석해 “천군만마”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에는 호남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임명됐다. 광주에서 4선 의원을 지낸 그는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부터 국민의당과 민생당을 거쳤다.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인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도 대표적인 민주 진영의 거물급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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