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방역 규제에도 이곳은 인산인해다. 미국(2개)·일본·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라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갈등 등의 상황에도 중국은 ‘뭐라도 만드는’ 결정을 내렸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6년 상하이에 디즈니랜드를 오픈했고 조만간 레고랜드도 문을 열 예정이다.
더불어 최근 끝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3억 동계 스포츠 인구를 만들어낸다는 목표로 스키장·빙상장 확충에 몰두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한국 관광이 뚝 끊겼다. 설상가상 팬데믹으로 이의 재개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에 중국은 자국 관광 시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관광이 내수 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이 끝나고 한중 관광 교류가 2016년 이전으로 회복됐을 때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관광도 당시만큼 늘어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없던 시설들이 중국에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관광의 강점은 급속히 사그러들고 있다. 중국인이 집중적으로 구매했던 우리 면세점도 이미 하이난 등 중국 내 면세점으로 대체되고 있다.
국가 간 관광 시설 수준이 평준화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의 관광 시장이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이 우리 관광 시장을 따라잡는 것도 이미 시간 문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시장이 준비돼 있냐는 것이다. 우리 에버랜드·롯데월드와 면세점을 찾던 유커들이 이제는 자국 내에서 충분히 수요를 만족하고 있다. 한한령이 해소되고 팬데믹이 끝나면 모두가 정상화되면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안이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관광 분야 공약을 다시 보게 된다. 공약집을 아무리 뒤져도 눈에 띄는 것은 ‘전국 차박 명소 1만여 개 발굴 및 개방’밖에 없다는 업계 인사의 푸념이 귀에 맴돈다.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관광 업계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 문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국제적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국적 관광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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