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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환 로킷 회장 "3D프린터로 피부·연골 재생 '퍼스트 무버'…글로벌 플랫폼으로 의료 패러다임 바꿀 것"

[CEO&STORY]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

당뇨발 환자 대상 95% 완치 효과 보여

올부터 오십견 등 연골 분야 영역 확장

하버드 의대 스타트업 '리액트'와 함께

뇌인지 저하 평가 VR플랫폼 개발 착수

유럽본부 COO 맡았던 '대우맨' 출신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거쳐 창업 길로

빅데이터 기반 글로벌 의료플랫폼 구축

단기간 피부·연골 치료 확산 부푼 꿈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피부·연골 등의 치료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할 만한 빅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치료 기간과 치료비를 단축하고 건강보험 재정 고갈 위기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로킷(ROKIT)헬스케어’는 탁 트인 건물에서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임직원들이 한쪽에서는 바이오 분야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영어로 업무 협의를 한다. 당뇨발(당뇨병성 족부 창상·궤양)을 비롯한 피부와 연골 등 맞춤형 재생 치료의 길을 개척해 온 이 회사가 창업한 지 10년밖에 안 됐지만 미국 유수 대학 출신들을 포함해 의사와 바이오 석·박사 등이 적잖게 합류한 이유다. 이 회사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들을 비롯해 국내외 의학자문위원회도 구성해 자문을 받고 있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이사 회장은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피부·연골 등 맞춤형 재생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와해적·파괴적 기술로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각국 의사들의 집단 지성을 끌어낼 수 있는 의료 플랫폼을 1~2년 내 구축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치료하는 솔루션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 회장은 ‘세계 경영’을 표방하던 대우맨 출신으로 대우차 유럽본부(폴란드)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했다. 그는 “낯선 해외에서 2만여 명의 임직원과 40여 개의 동반 진출 부품사를 관리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오늘날 로킷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97년 말 터진 IMF 사태로 2001년 미국 타이코(보안기업)로 옮겨 아태 총괄수석부사장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라’는 본사 지시를 거부하고 2007년에 퇴사한다. 그는 “마침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표를 제안했다”며 “당시 그 회사는 류머티즘과 유방항암제의 바이오시밀러(20년 특허 만료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진출을 추진했으나 각국 규제 기관의 허가 가능성이 낮아 고전하는 상황이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그는 우여곡절 끝에 바이오시밀러 허가도 받기 전에 미국과 유럽 등의 제약사와 유통업자에게 7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선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2년 뒤면 규제 기관의 허가를 받아 30~40% 싸게 약을 주겠다’고 설득했다”며 “헝가리·불가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임상의 불확실성이 컸지만 갖은 어려움 끝에 2년 반 만에 납품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5년여를 동분서주하다보니 그만 건강을 해쳤다는 점이다. 결국 또다시 퇴사하고 등산을 다니면서 대학에 출강하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2012년 의대 교수로부터 ‘바이오 3D 프린터가 비싸 연구실에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처 스캐닝, 살균·멸균, 인큐베이팅, 원격진료 등을 융합한 바이오 3D 프린터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으로부터 의료 기기로 승인받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서울대병원과 KIST 등의 도움으로 바이오 잉크를 소재로 한 인비보(INVIVO)를 개발한 것이다. 오염을 방지하고 재생 능력을 높이는 1회용 바이오 프린팅 키트도 처음으로 개발해 승인을 받았다.

유 회장은 “인비보를 국내 병원과 연구소에 납품하고 미국·유럽·일본 등에 수출했다”며 “점차 인비보를 활용해 환자의 세포 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ECM)을 떼어내 피부·연골 등의 손상된 곳을 맞춤형으로 재생하는 쪽에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피부조직과 유사한 패치를 바이오 3D 프린터로 출력해 당뇨발의 환부에 붙여 되살리는 실험에 돌입한 것이다. ECM은 줄기세포를 불러오고 혈관·근육 등으로 변화하는지 신호를 전달하고 배아의 발생과 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 회장은 “이 분야가 생소해 각국 규제 기관에서 임상 허가를 받는 게 만만치 않았다”며 “세포가 0.01%라도 포함되지 않아야 하고 3D 프린팅 전후 모세혈관이 자랐는지 등도 증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임상 과정에서 난관이 많았으나 극복해냈다. 지난 1~2년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독일·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터키·싱가포르·브라질 등에서 300여 건의 임상시험을 한 것을 비롯해 총 1000여 명을 치료했다.



그 결과 당뇨발 환자들이 3~4주면 낫기 시작해 길게는 13~14주 패치를 붙이면 기존 5년여의 치료법 성공률(약 30%)보다 3배 이상 높은 완치율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고대 구로병원, 은평 성모병원 등에서 100명 가까이 치료했다. 유 회장은 “휠체어와 목발에 의존하던 당뇨발 환자들을 대상으로 10개국 이상에서 평균 95%가량 완치 효과를 입증해 인근 나라까지 포함해 20~30개국에서 환자 치료에 들어갔다”며 “올해부터는 같은 치료 방식으로 오십견 등 연골 분야로 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히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부는 당뇨발뿐 아니라 화상·욕창·상처·피부암, 연골은 어깨 외에도 무릎·고관절까지 패치를 붙여 치료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활짝 웃었다.

연골 분야의 경우 이집트에서 무릎 연골이 훼손된 2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해 1년 뒤 거의 100%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상처 난 연골의 ECM을 활용해 패치를 출력해 무릎에 붙인 것이다. 앞서 하버드대 의대 소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에서 실시한 강아지 연골 재생 시험(30마리)에서도 6개월 뒤 효과가 나타났다. 유 회장은 “두 시험 결과를 지난해 8월 미국 연골정형학회에서 발표하니 많은 의사들이 깜짝 놀랐다”며 “조만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헝가리·스페인·브라질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회사 매출이 지난해 70억 원 규모에서 올해는 500억~13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40여 개국에서 앞으로 10년치 2조 5000억 원어치의 계약을 확보했는데 해가 갈수록 물량이 많아지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셀트리온보다 더 클 자신이 있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그는 신장 등의 재생에도 도전해 현재 동물실험을 거쳐 1년 뒤에는 인체 임상시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그는 피부·연골 재생 의료 플랫폼을 1~2년 내 구축해 최대 10개의 장기에 대한 의사들의 수술 정보와 재생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빅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한 뒤 AI로 최선의 치료법을 모색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유 회장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화상·피부암·욕창·오십견·무릎연골·고관절·손목과 손가락 관절·콩팥 기능 저하 등의 치료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들에게는 보상책으로 코인을 주고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인증해줄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학자들이 만든 스타트업(리액트)과 함께 지난해부터 안구 추적, 음성인식과 모션 감지를 통해 노인성 뇌 질환,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따른 인지 저하와 손상을 평가하는 증강현실(VR) 플랫폼의 공동 연구개발(R&D)에도 착수했다. 뇌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노화를 늦추고 치매 예방, 난임 방지를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건강 기능 식품도 선보였다.



로킷은 최근 사망한 사람의 장기를 탈세포화·재세포화해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애고 이식받을 분의 세포를 앉히는 ‘장기 재생기’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처음으로 이식받은 분이 두 달 만에 최근 숨졌는데 그만큼 이종 장기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동종 장기를 재생하면 면역 거부 반응과 기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장기를 기증 받아 재생시키는 것이 수년 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가 창업 기간 성공 가도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그는 “2017년께만 해도 1~2년 내 눈먼 이의 시신경을 바이오 3D 프린터로 재생해 망가진 망막과 바꾼 뒤 기존 신경과 연결하면 눈을 뜨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인비보와 국내 성형외과 의사의 수술법을 결합해 동남아 등에 전수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 역시 고배를 마셨다”고 고백했다.

유 회장은 “누구도 가지 않은 개척자의 길을 걷다 보니 힘든 점도 무척 많았지만 이제는 기존 의료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며 “결국 세상은 파괴적이고 창조적인 부적응자(misfit)가 바꾸는 것 아니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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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1975년 서울 성남고 졸업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0년 대우자동차 입사 △1999년 미국 보스턴대 MBA(석사) △1994~2000년 대우차 유럽본사(폴란드) 전무 △2001~2007년 미국 TYCO인터내셔널 아태 총괄부사장 △2007~2012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2012~2014년 국민대 국제경영 겸임교수 △2012년~ 로킷헬스케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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