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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막는 백신, 男 질환도 '철벽 방어'

■ 남녀불문 예방시너지…다재다능 'HPV 백신'

생식기 사마귀 최대 89% 예방…항문암에도 효과

尹 생활밀착형 공약에 '9가 백신' 건보 적용 기대감





#오는 5월 결혼하는 서승현(33·가명)씨. 결혼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여자친구로부터 산부인과에 가자는 제안을 받고 어리둥절해졌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함께 접종하자는 것. 서씨가 "자궁도 없는 남자가 주사까지 맞느냐"고 펄쩍 뛰자 여자친구는 "남자가 함께 맞아야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높다"며 물러서질 않고 있다.

서씨 커플이 겪고 있는 갈등의 원인은 잘못된 용어 사용과 관련이 깊다. 흔히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는 백신의 정확한 이름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다. 많이 쓰이는 이름만 봐서는 자궁경부암만 예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해다.

HPV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여성의 질암, 외음부암과 남성의 음경암, 성별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HPV 백신은 살아있는 백신 대신 바이러스 유사 입자를 주입해 감염 우려 없이 HPV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면역원성을 높게 유지해준다. 전 세계적으로 접종 가능한 HPV 백신은 '서바릭스'와 '가다실', '가다실9' 등 3종이다. 각각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 유형의 개수에 따라 2가, 4가, 9가로 구분된다. HPV 백신 3종 모두 표적하는 16형과 18형은 자궁경부암의 약 70%, 항문암의 90%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4가와 9가 백신에 추가된 6형과 11형은 생식기 사마귀의 90% 이상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유형으로, 남성에게도 접종이 권고된다. 20~30대 남성에서 호발하는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4가 백신(16형·18형·6형·11형) 접종에 따른 예방 효과가 89.4%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항문 상피 내 종양 예방 효과는 77.5%에 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06년 HPV 백신 접종 권고 이후 10년간 14~19세 여성에서 4가 백신(16형·18형·6형·11형)에 포함된 HPV 유형 관련 감염이 85% 줄었다. 특히 남녀 모두가 접종했을 때 HPV 관련 질환 예방의 시너지 효과가 컸다. 유럽연합(EU)의 모델링 연구 결과 여성 청소년과 20대 여성이 단독으로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남녀 모두 접종했을 때 HPV 유병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HPV가 흔히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남성의 HPV 감염이 줄면 여성의 HPV 관련 질병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경험 전 HPV 접종을 완료할 경우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 등 암 전단계 병변의 예방 효과는 90% 이상으로 보고된다.

현재로선 암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HPV 백신 무상접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접종률 제고에 힘쓰고 있다. 질병관리청도 지난 14일부터 HPV 백신지원 대상을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2가와 4가 백신을 접종할 때만 지원 받을 수 있었지만, 다른 백신에 비해 고가인 데다 3회 접종(만 14세에 1차 접종을 시작한 경우 2회)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작년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기준 비급여 평균 접종비는 4가 백신이 16만 7551원, 9가 백신이 20만 4497원이었다.

2년 넘게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HPV 백신 접종이 줄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만 12세 남녀 청소년에게 9가 백신 무상접종을 지원하는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2년간 HPV 접종건수가 7만 8000건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등교가 제한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집중한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 WHO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기준 111개 가입국의 HPV 백신 보급률이 전년 15% 대비 감소했다"며 "접종 간격과 순서 제한 없이 HPV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08년생(당시 만 13세) 여성 청소년의 1차 접종률은 약 83.6%로, 2006년생(만 15세, 89.0%)과 2007년생(만 16세, 89.6%)보다 소폭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자궁경부암 등 HPV 관련 질환 예방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HPV 백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보험 적용 확대 기대감도 흘러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9가 백신 접종 연령인 만 9-45세 여성과 만 9-26세 남성에게 보험 적용을 약속했다. 9가 백신에 추가된 5가지 HPV 유형(31형·33형·45형·52형·58형)은 HPV 16·18형에 이어 전 세계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높은 비율로 발견되는 유형이다. 52·58형은 한국 여성에서 많이 발견되는 HPV 유형으로 현재 9가 백신을 통해서만 예방이 가능하다. 남성은 16·18·33·45·52·58형에 의한 항문암과 6·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 등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용이 보험적용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국민의힘은 공약 설계 당시 9가 백신 건보급여에 소요되는 예산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5월 신임 대통령 취임 후 HPV 9가 백신 보험 적용에 청신호가 켜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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