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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치솟는 물가, 소주 한 잔도 버겁다

김경훈 디지털편집부 차장





"언제 소주나 한잔 하지."

어느 틈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인사말로 자리 잡은 소주.

오랜 친구와 회포를 푸는 대폿집에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기울인 한 잔의 석양주(夕陽酒)가 목 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에도 항상 소주는 서민과 함께했다.

지난 1924년 처음 등장한 진천양조상회의 소주 '진로'의 알코올 도수는 35도였다. 41년이 지난 1965년 정부가 식량 부족을 이유로 양곡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하자 희석식으로 제조 방식이 바뀌면서 30도로 낮아졌다.

도수를 5도 더 낮춰 25도가 된 것은 8년 뒤인 1973년인데 이때부터 '25도가 제격'이라는 인식이 정착되며 소비량에서 탁주를 밀어냈다.

지금은 평균 알코올 도수가 17도 정도까지 내려왔고 빈 잔을 채우기 위해 '튼튼한 이'이나 병따개도 필요 없지만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는 여전히 소주가 등장한다.

그런데 소주가 오랜 시간 지켜온 '서민의 술'이라는 애칭이 더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23일 국내 1위 소주 업체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를 1081원 20전에서 1166원 60전으로 올리는 등 주요 제품 가격을 7.9% 인상하면서 소주 값 인상의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처럼을 만드는 롯데칠성음료도 5일부터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가격 인상은 예견됐다. 핵심 원료인 주정 값이 10년 만에 올랐고 제품에 필수로 사용되는 병 뚜껑 가격과 빈 용기 보증금 취급 수수료도 줄줄이 뛰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류비와 인건비까지 올라 주정 값은 그대로인데 소주 값이 인상됐던 2016년처럼 "서민증세 아니냐"는 애주가들의 푸념은 설 자리를 잃었다.

출고가가 인상되자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 4사는 일제히 판매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또 병당 4000~5000원에서 1000원 올려 받는 식당들이 눈에 띄게 늘면서 출고가가 몇십 원 인상되면 도매점은 100~200원, 소매점은 1000원 올랐던 '소주 값 인상의 법칙'은 이번에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한 끼 밥값과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선 소주 값을 두고 “원샷은 사치다” “남으면 병에 선 그어놓고 키핑해야 한다” 등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 속에 건강을 생각해서 이참에 술을 끊겠다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지만 밥상물가에 주거비까지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통계청 분석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팍팍해지기만 하는 살림살이.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부담에, 없는 사람은 멀어진 내 집 마련의 꿈에 밤잠을 설치는 현실.

이래저래 술 끊기는 어려울 듯하고 이제 인사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주씩이나 한잔 하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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