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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장성만’, ‘2차 가해는 민간 아닌 군에서’…수사도 제대로 못 받는 軍 성범죄 피해자들

공수처 장성만 수사, 군 판·검사는 대상 아니야

성범죄는 민간에서, 2차 가해는 군에서 재판

"계급 권력이 법 권력으로 작용할 우려보여"

고(故) 이예람 중사 부친이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교육장에서 공수처에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고(故) 이예람 중사의 유족이 사상 처음으로 군 장성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한 가운데 군 성범죄 사건에 대해 사법 수사 주체가 복잡하게 나뉘는 등 여전히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재판이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는 군 성비위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법 구제마저 받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군내 성비위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군 수사당국-공수처-민간 경·검찰 등 수사 주체가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군 장성만 수사할 뿐 군 검·판사를 포함한 그 이하 계급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군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등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가해자, 사건을 은폐한 2차가해자 등과 서로 다른 수사처에서 사법 다툼을 벌이는 고충을 겪게 됐다.

예컨대 공수처 수사 대상인 군 장성이 사건 은폐를 지시할 경우 군 장성과 장성이 아닌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실제로 이 중사의 유족은 가해자인 정모 중사에 대한 수사·재판과는 별도로 은폐를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려 했던 공군 법무실장을 따로 공수처에 고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20비행단 검사는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려 했지만 공군 법무실 상부의 지시로 구속하지 못했다. 정 중사는 이 중사 사망 이후에도 열흘여간 불구속 상태에 있다가 언론에 알려져 사건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되고 나서야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군 판·검사마저 사건 은폐·무마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경우다. 이 중사 사건에서도 공군 법무실 수뇌부가 20비 검사에게 회유와 협박을 시도하고 보복성으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까지 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수사보다는 사건 은폐 유혹이 강한 게 현실이다. 이 경우에도 군 판·검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은폐를 지시한 장성과는 원칙적으로는 다른 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권력형 범죄를 성역 없이 수사하기 위해 도입됐던 공수처의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수사 주체는 군 수사당국-공수처로만 갈리지 않는다. 최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던 여군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오는 7월부터는 군 강력 범죄는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법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반쪽짜리 개혁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범죄 가해 당사자는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지만 은폐·보복성 인사 등 2차가해는 여전히 군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군 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사 주체와 절차가 복잡하게 나뉘어져있어 이 중사 유족 측이 특검 도입을 요구했지만 국회에서는 관심 밖이었다”며 “유족들은 아직도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명하복과 조직 이기주의가 강한 군 문화로 계급 권력이 법 권력으로 작용하게 되면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구제를 받을 길이 없다”며 “공수처법을 제정하면서 고민하지 못했던 제도적 허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법원법도 문제에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하려다보니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는 폐해를 낳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군 법무실 측은 사건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법무실 측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공군본부 법무실은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검사에게 불구속수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군검사도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받을 때 '공군본부 법무실이 구속수사를 막았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군검사의 징계도 국방부에서 내렸고, 공군에서 관여하지 않아 공군 법무실장의 '보복성 징계'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군 법무실장 측은 "결론적으로 이번 기자회견도 100% 허위이며,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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