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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술에 규제부터 찾는 韓…글로벌 빅테크에 '안방'도 내줄판

[그래도 시장경제가 답이다] <2> AI·로봇 신산업 키워라

자율주행로봇 내놔도 운행 제한…그사이 러 기업은 韓시장 눈독

ICT 기업들 "글로벌 맞설 능력 되지만 규제 막혀 날개 못펴"

정부-민간 힘합쳐 산업 키우고 규제 대신 촉진책 먼저 내놔야

미국 대학 캠퍼스를 누비는 러시아 최대 IT 기업 얀덱스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얀덱스 홈페이지 캡처




자율주행 로봇은 초기에 도로교통법 등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물론 아파트 승강기조차 타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9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으로 자유롭게 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로봇 기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당시 국내 업체들은 규제 완화로 인한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현실은 업계의 기대감과는 달랐다. 일정 기간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만 실험적 운행이 가능했고 그마저도 로봇 운행 시 1대당 직원 1명이 따라붙어야 한다는 특례 조건까지 붙었다. 로봇이 보행자와 사고를 낼 경우 차량으로 분류된 로봇과 동행한 직원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운행 자체가 소극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한국 로봇 산업이 규제의 틀에 갇혀 있는 동안 한국 시장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실제 최근 KT(030200)와 자율주행 로봇 협력 사업을 맺은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는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발을 앞두고 또다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기술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술 혁신 기업 112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새 대통령에게 산업기술인이 바란다’라는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새 정부에서 가장 잘 추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기술혁신 지원정책’에 대한 질문(중복 응답)에 응답자의 32.2%(응답자 수 721명)가 ‘기업 규제 문제 해소’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산업기술혁신 지원 정책’에도 ‘연구개발(R&D) 세제·자금 지원 확대’에 이어 ‘기업 규제 문제 해소’를 선택했다. 디지털경제연합도 새 정부에 “미국·중국 등 글로벌 기업과 맞설 경쟁력 있는 토종 디지털 기업들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면서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광범위한 규제들이 혁신의 싹을 없애지 않도록 성장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 전문가들도 ICT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줄어들게 되고 결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기술 주도권까지 뺏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해외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위기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ICT 업계와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장경제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는 “미국의 AI 연구개발(R&D)과 투자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자유로운 기업 생태계가 구축된 배경에는 AI 관련 공공 분야는 정부가, 응용 산업은 민간에 넘긴 ‘역할 분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초창기부터 민간 부문과의 협동 연구를 통한 AI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 연구와 공공 영역에서 정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해왔다. 정부와 민간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AI 원천 및 응용·사업화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 것이다.

이와 달리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글로벌 AI 지수’ 조사에서 한국의 AI 개발 능력은 글로벌 2위지만 운영 환경은 50위에 머물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도 높은 데이터 관련 규제로 민간 AI 사업 여건이 그만큼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 등으로 IT 기술력과 대규모 사업 수행 능력을 보유한 민간 대기업들이 정부 시스템 강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게 됐고 이는 한국 전자 정부의 발전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막고 있다”며 “이런 규제가 학교 화상 수업 시스템 온라인 클래스 장애,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 장애와 같은 시스템 사고 등을 낳았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손 벌린 곳도 민간 IT 기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IT 선진국처럼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촉진’에 초점을 맞춰 기업과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기존 법률을 기반으로 안 되는 것만 정해놓고 기업에 자율을 최대한 보장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취하면서 자국의 빅테크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줬고 충분히 성장한 다음에야 규제에 나서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규제를 할 수 있음에도 추가적인 규제를 만드는 등 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규제부터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싸이월드와 카카오톡 등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췄음에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만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IT 법률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도 “한국은 대체불가토큰(NFT)처럼 새로운 기술이 활활 타오르면 규제라는 찬물부터 끼얹는다”며 “미국이 30년 동안 인터넷 산업이 타오른 다음에야 공정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시대에 맞는 친산업적인 합리적인 규제가 우선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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