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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지방이전이 균형발전인가 [여명]

■김현수 금융부장

통화신용정책 결정·집행 상징성 커

각국 중앙은행 소재지 법으로 명시

정치적 나눠먹기 변질땐 국익 훼손

인재 탈출·의무할당고용도 개선을

김현수 금융부장




또 선거가 눈앞에 닥쳤나 보다. 스멀스멀 표퓰리즘 공약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4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은법 7조에 있는 ‘한국은행은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며’라는 조항에서 ‘서울특별시’를 ‘대한민국’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말장난 같은 개정안은 한은의 지방 이전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KDB산업은행에 이어 수출입은행까지 콕 찍어 부산 이전을 추진하니 지방선거에 다급해진 민주당은 한은까지 지방 이전 대열에 합류시켰다. 지방균형발전을 그렇게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개정에 실패했던 법안을 민주당이 다시 꺼냈고 윤 당선인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만큼 지방선거 이후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약속했으니 그대로 지키겠다. 지방에 대형 은행이 자리 잡는 게 지역균형발전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방균형발전은 필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국토의 균형 발전은 차기 정부에도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지역균형발전이 경제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돼서는 안 된다. 경제성과 효율성, 더 나아가 국가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법에 명시하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이 국가의 중요 거시경제 정책인 통화 신용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 연준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워싱턴DC에 주 사무소를 두고 있고 일본은 일본은행법 제7조 1항에 본점을 도쿄로 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유럽연합기능조약 부속의정서 제1조 i항에 따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중앙은행의 위치가 지방선거용 공약에 사용될 만큼 한가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도 법으로 본점을 서울에 둔 이유가 있다. 산은의 기업 구조 조정 업무, 수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운용,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지원 등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서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산은의 지방 이전 추진을 멈추게 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지역 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목표한 계획인구를 달성한 곳은 2곳뿐이고 공공기관 직원 가운데 가족 동반 이주는 절반 정도에 그친다. 오히려 혁신도시가 구도심을 더 낙후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간다고 금융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지도 않는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한국거래소·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 등 공공기관만 있을 뿐 민간 금융사는 없다.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 노후자금 935조 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주로 내려간 후 1년 동안 기금운용본부장(CIO)을 구하지 못했다. 산은은 부산 이전이 굳어지며 벌써부터 인력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부작용에도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강행하겠다면 불합리한 제도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현재 지방 공공기관들에 가장 심각한 규제는 지역인재 의무 할당 고용이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본사가 위치한 지역의 인재를 할당량(20~30%)만큼 뽑아야 한다. 지원자의 경쟁력이 아닌 출신지역이 우선이다. 조직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역으로 지방균형발전을 이유로 진행된 수도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풀어야 한다. 지방 지원을 이유로 수도권을 규제하는 것은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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