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의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앨버말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피아트 등 3대 자동차 제조 회사를 겨냥해 계약 조건 변경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앨버말은 “첨단 배터리를 확보하고 싶다면 리튬 생산자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면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은 안정적 수요·공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리튬 가격이 올라도 생산 시설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맞아 리튬 생산 업체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앨버말은 1887년 설립된 특수 화학물질 업체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제지 부문에 주력했지만 20세기 들어 석유화학 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2015년쯤 리튬 사업에도 진출했다. 리튬이 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웃돈다. 세계 리튬 시장 점유율도 22%에 달해 1위를 지키고 있다. 앨버말은 리튬 외에도 자동차·건축물 등에 화재 방지용으로 사용되는 브로민과 석유 정제 과정에 쓰이는 촉매제를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3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현재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해 모두 56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앨버말은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칠레 아타카마 염호와 호주 그린부시 광산에서 리튬을 채취·채굴하고 있다. 이 회사는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제조하는 설비도 보유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튬 관련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공급 사슬 전반을 장악해 뛰어난 원가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탄산리튬 생산 능력을 연간 17만 5,000톤으로 확충한 데 이어 2025년까지 최대 50만 톤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리튬 직접 채굴 및 정제 시장 참여를 거론하면서 앨버말 등 리튬 관련 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다. 머스크는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까지 올랐다”며 가격 폭등에 따른 수급난을 토로했다. 우리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리튬 등 핵심 광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해외 자원·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