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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개혁은 尹정부의 역사적 소명…무너진 법치 바로 세우기부터”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인제 전 노동부 장관]

강성귀족노조 무법천지 방치하면 경제 붕괴 시간 문제

대처·슈뢰더 능가하는 지도자의 대담한 결단·용기 절실

정권 초반 노동개혁특위 구성 ‘한국병’ 치유 승부 걸어야

노동 개혁 성공해야 한국 경제 살리기·일자리 창출 가능

이인제 전 노동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달성하기 위한 노동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숙명적 과제"라면서 "산업 현장의 무너진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인제 전 노동부 장관은 요즘 30여 년 동안의 정치 활동을 뒤로 하고 노동 개혁과 통일 전도사로 뛰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노동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숙명적 과제”라면서 “출범 초 무너진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주력하는 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처럼 지도자의 대담한 결단과 용기가 절실한 때”라면서 “정권 초반부터 노동 개혁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한반도통일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이 전 장관은 “통일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따져보면 통일 한국은 세계 5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국난을 극복하고 통일 시대를 여는 소명에 헌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한반도통일연구원을 찾아 이 전 장관으로부터 새 정부의 바람직한 노동 개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새 정부의 주요 과제로 구조 대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꼽는 이들이 많다. 특히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노동시장은 민주화 이후 30년이 넘도록 변화를 거부하고 정체의 길을 걸어왔다. 이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산업 경제에서 지식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산업의 혁명적 변화를 무시한 것이다. 노동시장을 지배하는 낡은 규범과 의식을 개혁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새 정부의 숙명적 과제다. 낡은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은 공염불이 될지 모른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험으로 볼 때 시급히 개선해야 할 노동문제는 무엇인가.

△노사 모두 노동시장의 규범을 준수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조가 멋대로 파업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파업 절차를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 추궁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런 개혁을 통해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회복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간이나 근로 형태에 대한 규제도 현실에 맞춰 바꿔야 한다. 특히 지식 근로자의 욕구나 지식 기업의 수요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찍이 1997년 대선 출마 당시부터 노동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김영삼 정부는 금융 개혁과 함께 노동 개혁을 추진했지만 좌절됐다. 개혁의 실패가 곧 국가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개혁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처 전 총리는 공공·금융 개혁과 함께 노동 개혁을 단행해 ‘영국병’을 치유했다. 보수당 정권 18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노동법을 바꿨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2003년 ‘하르츠위원회’를 설치해 노동 개혁을 추진했다. 실업급여 요건 강화, 파견 근로 규제 완화, 해고 유연성 확대 등을 통해 노동력 결핍을 해결함으로써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처나 슈뢰더를 능가하는 대담한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우리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97위, 노사 협력은 130위로 최하위권이다.

△WEF 평가는 한창 젊고 성장해야 할 우리 경제가 늙고 병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노동 개혁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이 성장할 때는 고용을 확대하고 성장을 멈출 때는 고용을 축소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강성 노조가 힘으로 정당한 해고를 가로막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생산 라인 설치와 근로자 배치까지 간섭하고 있다. 이런 부당한 행태를 근절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파견 근로, 단기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도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노사 협력 수준을 높이는 개혁은 어떻게 가능한가.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 노조나 근로자들이 회사 경영의 현실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일반적인 경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노조도 붉은 띠를 두르고 투쟁만 앞세우는 낡은 방식을 버려야 한다. 회사 경영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합리적으로 협력하고 이성적으로 투쟁하는 새로운 노사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친(親)노조 정책과 강성 노조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는데.

△노조는 근로자의 단결권 행사를 통해 만들어진 조직이자 권익 보호를 위한 이익 단체이다. 노조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인정받고 보호받는 존재로서 법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엄격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에 눈을 감고 있다. 노조가 건설 현장에 몰려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장비와 인력을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폭력으로 몇 달씩 공사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에 공권력을 발동해 책임을 묻고 기업 활동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새 정부는 강성 노조의 불법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모든 형사·민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노동시장이 무법천지라면 노동 개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법천지가 계속되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노동 개혁을 하려면 노사정 대타협이 절실한데 이를 위한 방안은.



△노동 개혁의 본질은 노동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법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고 국회가 다수결로 의결하면 개혁이 완성된다. 개혁의 결정권은 정부와 국회에 있으므로 근로자와 사용자는 새로운 법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성사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고 거의 불가능하다. 노와 사 모두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혁에 합의하기 어렵다. 노동 개혁의 목표는 노사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큰 저항이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저항이 클수록 결실도 크다는 것이 해외 노동 개혁의 교훈이다.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방안도 필요한데.

△노동 생산성에 따른 적정한 임금이나 고용 안정, 안전과 쾌적한 근무 환경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불합리한 차별도 철폐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의 불신과 불만은 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강성 노조의 투쟁으로 악화됐다. 장애인과 여성 근로자에 대한 고용 기회 확대, 특수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등 다양한 정책도 필요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는데.

△현 정부는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함으로써 근로자를 실업으로 내몰고 자영업을 붕괴시켜 국민경제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명분 투쟁에 골몰하는 강성 노조의 압력에 굴복한 참담한 결과다. 이제는 노동단체의 의견을 존중하되 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이미 업종·지역·연령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우리도 시급히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

-노동문제의 핵심인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시혜적인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열중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만들어진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첨단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젊고 도전적인 창업자들이 벤처기업에 도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 육성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노동 개혁을 통한 건강한 노동시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동 개혁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선결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공무원노조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도입을 약속했는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신중히 해야 한다. 노조가 결정해 파견하는 노조의 대변자가 노동이사다. 지금처럼 투쟁적 노조가 노동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풍토에서 노조가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는가. 독일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했지만 그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협력적이고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갖춘 독일과 우리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공무원 타임오프제 도입 문제도 노동 개혁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노동 개혁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규제 개혁을 국정 의제로 내세우면서도 노동 개혁에 대해 침묵했다.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의지로 대담한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인수위 단계부터 노동 개혁을 최우선 국정 의제로 설정하고 추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 환경을 바꿔 ‘한국병’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정부 출범과 더불어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 개혁은 최소한 2년 정도 소요되고 노동계 등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운명이 걸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노동 개혁은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성공적인 노동 개혁으로 한국 경제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차기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다.

◆He is…

1948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전지법 판사를 거쳐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3년 45세로 최연소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1995년부터 민선 1기 경기지사를 역임했다. 제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선 의원을 지냈으며 제15·17대 대선에 출마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반도통일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통일은 경제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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