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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최대 에너지기업도 '제재 이탈' 조짐…EU "굴복 말라" 단속

[러 가스공급 중단 후폭풍]

"루블화 결제 안된다" 경고에도

유럽 10개 기업 관련 계좌 열어

4곳은 이미 결제, 결속력 흔들

獨 올 성장 전망 1.4%P 낮춰

러 요구 수용 가능성 배제못해

천연가스값은 하루에 20% ↑


마지막에 웃는 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일까, 유럽연합(EU)일까.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향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지 하루도 안 돼 회원국들 사이에서 균열이 일기 시작하자 EU 행정부가 회원국들의 결속력을 지키기 위해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EU의 호소에도 이미 유럽 내 10개 기업이 루블화 계좌를 개설하는 등 동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결속력이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제재에 대한 복수와 함께 유럽을 분열시키겠다는 푸틴의 두 가지 노림수가 모두 먹혀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위원장은 27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과 관련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유럽 내 기업들이 러시아의 요구대로 루블화로 결제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경제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전날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 시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향하는 가스 송유관을 잠갔다. 러시아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 23개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산 가스 구매 계약의 97%는 유로나 달러화로 이뤄졌다"며 "루블화로 내라는 러시아의 요구는 일방적이며 계약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에너지 공급난에 직면한 회원국들이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EU 행정부 수반이 회원국 단속에 나선 셈이다.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면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 효과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유럽이 나서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대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최대 에너지 기업 에니(Eni)와 오스트리아의 OMV 등 유럽 내 10개 기업이 러시아산 에너지 구입을 위해 루블화 계정을 열었으며 4곳은 이미 루블화 결제를 마친 상태다.



사진 설명


러시아산 가스의 최대 수입국이자 유럽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독일 기업들은 러시아에 유로로 에너지 가격을 계속 결제하겠지만 정부는 이번 공급 중단의 위험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의 결속력을 위해 EU의 방침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FT는 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와 함께 독일도 루블화 결제 계정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베크 장관은 이날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2%로 하향 조정하면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확산된다면 시나리오에 따라 최저 0.5%포인트, 최대 5.6%포인트가량 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어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 조치 하루 만에 유럽 내 가스 가격은 ㎿h당 108유로로 전일 대비 20% 올랐다. 1년 전보다 6배 높은 가격이다. 유로화 가치는 이날 유로당 1.0524달러로 하락해 2017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별 기업들의 결제 고민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중 기존 결제분의 인도가 속속 마무리되고 다음 달에 신규 결제일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FT는 "크렘린궁의 움직임은 개별 기업과 국가를 선택 상황에 처하게 해 유럽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EU 에너지장관들은 다음 달 2일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바르바라 폼필리 프랑스 에너지·환경장관은 "이번 공급 중단 사태를 볼 때 유럽은 단합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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