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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뢰사회 구축을 위한 위변조 방지 기술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글로벌 위조상품 규모 541조 달해

韓, 美 등과 위조상품 10대 피해국

조폐공사 위변조 방지 기술 고도화

韓 상품보호·유통질서 확립에 앞장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위변조 상품에 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해 정품을 개발한 회사들을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혁신과 창의성이라는 경제 발전의 동인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유럽지식재산청(EUIPO)과 공동으로 전 세계 위조 상품 피해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전 세계 무역에서 발생한 위조 상품 규모가 약 4640억 달러(약 541조 원)라고 밝혔다. 2000년 1099억 달러(128조 원)에 비해 무려 4.2배가 증가한 것으로 국제무역에서 위조 상품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위조 상품 유통 상위 4개 품목은 신발, 의류, 가죽 제품, 전자 기기순으로 절반 이상이 중국·홍콩·터키 등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도 미국·이탈리아·프랑스 등에 이어 위조 상품 10대 피해국에 포함됐으며 그 피해액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위조 상품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는 22조 원, 일자리 손실은 3만 1753명, 정부 세입 누수는 약 4169억 원으로 추산했다.

조폐공사는 오래전부터 축적한 고도의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우리 식품, 의류, 신발 등의 브랜드 보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5만 원권에는 위변조 방지 기술 22건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 같은 기술력 덕분에 우리나라 위폐 발생률은 글로벌 최저 수준이다. 의류·신발·화장품 등 소비재들은 조폐공사가 제공하는 보안 라벨을 붙이고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상황이다. 보안 라벨에는 보는 각도나 조명에 따라 이미지 및 색상 등이 변화하는 ‘색변환 인쇄’ ‘ 엠보싱 잠상’ 등 육안 인식 기술과 스마트 기기를 통한 인식 기술, 특수 기기를 통한 인식 기술 등이 제품의 특징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최근에는 위조방지 기능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오팔 보석의 영롱한 색상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필름을 개발해 상용화시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술은 원천적으로 복사가 불가능하며 이를 양산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정상급의 기술로 평가된다.



최근 디지털 보안이 중시되면서 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기술은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조폐공사는 개방형 COS(Chip Operating System) 기반의 보안 모듈을 2015년부터 상용화해 보급하기 시작했다. 보안 모듈은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장착돼 기기 인증, 전자 봉인, 암호 통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장치다.

보안이 중요한 산업군에서는 해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보안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현재 전국 주유소의 4만여 기 주유기에는 조폐공사가 개발한 보안 모듈이 장착돼 있으며, 전자 봉인 기능으로 주유 정량을 조작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처럼 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기술은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다.

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기술은 신뢰 사회 구축을 넘어 자원 재활용이라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올 6월부터 전국 3만 8000여 개 매장에서 종이컵 등에 대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보증금이 표시되는 라벨(스티커)은 위조 또는 중복 지급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도 오랫동안 축적한 조폐공사 위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다. 첨단 위변조 방지 기술들이 우리 상품을 보호하고, 건전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들의 식탁까지도 지키는 데 이어 자원 재활용에도 응용된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조폐공사는 앞으로도 위변조 방지 기술을 고도화시켜 우리 사회 신뢰를 쌓는 데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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