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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기술패권 시대의 새정부 과제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산학연 혁신역량 연계 시너지 창출

출연硏 첨단기술 전국 벤처에 이전

인구절벽·지방소멸 근본 처방 찾고

의견경청·민간 주도·예타 개선 등

공약 지켜 '신뢰의 리더십' 펼쳐야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코로나19와 전쟁,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의 악재 속에 코스피지수가 올해만 10% 넘게 빠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예고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곤 했던 전례도 이번에는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상황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어려워진 경영 환경보다 흔들리는 기술 초격차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낸다. 세계 1위 스마트폰이 뜻밖의 기술력 논란에 휩싸였고 초미세 반도체는 수율 개선에 난항을 겪으며 고객들이 경쟁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경제 여건의 악화뿐만이 아니다. 실타래처럼 꼬인 부동산·양극화·세대·젠더 등의 집단 갈등 역시 속히 풀어야 할 과제이고 저출산 위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과학기술 정책 구상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같은 주력 산업들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양자, 인공지능(AI), 6세대(6G) 등의 전략적인 미래 기술 개발로 신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기술 주권이 곧 국가 주권인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앞두고 더없이 시의적절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인들이 인수위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연구개발(R&D) 현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최적기를 놓친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기술 선점을 위한 치열한 속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5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게 될 수도 있다. 국가정책 실현의 최대 동력이 리더의 강력한 의지라는 사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이에 새 정부의 성공,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전략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국가 과학기술 혁신 체계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 비율이지만 규모 면에서 아직 미국·중국·일본의 6분의 1, 5분의 1, 2분의 1에 불과하다. 산학연 혁신 주체의 역량과 장점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연계해 강점을 더 강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른바 ‘허브앤드스포크’ 전략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발전을 이뤄온 한국의 연구 기관은 30~60년의 역사와 경험으로 세계적인 혁신 역량을 갖췄다. 공공성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출연연이 허브(hub)를 맡고 대학과 기업 등 혁신의 바큇살(spoke)을 촘촘히 이어야 한다.

둘째,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해법을 과학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고 있는 국가다. 1960, 1970년대 100만 명이던 신생아가 2021년 26만 명으로 4분의 1로 격감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4년 동안 164개의 마을이 사라졌는데 이보다 더 빠른 고령화와 도시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도 곧 닥쳐올 암울한 미래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두 문제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 기업이 있어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첨단 기술이 있어야 혁신 기업이 싹튼다. 60여 개의 출연연 지역 조직은 첨단 기술을 기업에 이전함으로써 지역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뢰의 리더십을 원한다. 과학기술계의 의견 수렴, 민간 전문가 중용, R&D 예타 제도 개선 등의 공약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태풍들이 충돌해 더 큰 파괴력의 퍼펙트 스톰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과학기술인은 자신을 내려놓고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 새 정부의 실천이 그 심지에 불을 댕기는 발화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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