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중앙은행(BOJ)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그동안 일본은 다른 국가와 달리 부진한 소비로 물가가 상승하지 않아 중앙은행이 물가 올리기에 안간힘을 써왔다. 다만 이번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이 의도했던 수요 증가의 영향이라기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이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2.1%(신선식품 제외)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본 소비자물가가 2%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신선식품을 포함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2014년 10월(2.9%)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의 면면을 볼 때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비 증가보다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1.38%포인트 끌어올렸다. 전기료와 휘발유 값도 각각 21.0%, 15.7% 인상됐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은 2.6% 오르며 3월 상승 폭(2.05)을 웃돌았다. 식빵(8.9%), 햄버거(6.7%), 식용유(36.5%) 등의 가격 상승도 눈에 띄었다. 신선식품은 12.2%, 술도 13% 올랐다. 마이니치는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정책 목표로 삼아왔고 이 목표를 달성했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그는 에너지 가격 등이 진정되면 상승률이 하락 전환할 것으로 보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지야스다연구소의 고다마 유이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교도통신에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승률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목표가 달성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소비지출이 악화되는 등 경제가 하강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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