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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느는데 매수세는 실종…노도강 71.4%는 하락 거래 [집슐랭]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다주택자들 강남 남기고 외곽부터 정리

노도강 거래 70%가 전거래 대비 하락

강남3구, 마용성 하락거래는 절반 그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이덕연 기자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풀린 10일 이후 서울 외곽 지역에서 체결된 실거래 상당수가 직전 거래에 비해 가격이 떨어진 ‘하락 거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하락 거래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며 견고한 모습이다.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외곽 주택을 우선 정리하면서 이 같은 ‘옥석 가리기’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도강’ 실거래 71.4%가 직전 거래 대비 가격 하락


30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활용해 5월 10~30일 노도강,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 14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외곽 지역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노도강에서는 전체 42건의 거래 가운데 30건(71.4%)에서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남 3구와 마용성 등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53.4%와 52.4%에 그쳤다.

특히 외곽에서는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20%가량 빠진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도봉구 창동 ‘주공 3단지’ 전용 66.56㎡는 지난해 11월 8억 9500만 원(12층)에 손바뀜됐지만 불과 반 년 뒤인 이달 12일 7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6개월 사이 가격 하락 폭이 1억 7500만 원(19.6%)에 달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 8단지’ 전용 49.72㎡의 실거래가는 올해 2월 5억 9000만 원에서 이달 4억 2000만 원으로 3개월 만에 1억 7000만 원(28.8%) 내렸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주택을 처분하려 하는 급매가 다수 쏟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창동 주공 3단지 주변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호가는 낮아졌지만 거래는 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가격을 많이 낮춘 급매 위주로 거래되며 실거래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 역시 “매도 물량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대부분 급매물이 아니면 안 사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강남 3구와 마용성 등의 아파트 값은 여전히 견고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는 이달 10일 이후 2건이 거래됐는데 전용 59.994㎡는 직전 거래액 24억 9000만 원 대비 4000만 원 내린 24억 5000만 원에 거래됐고, 전용 138.257㎡의 경우 37억 원에서 38억 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에서는 다주택자도 급할 게 없다며 급매물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일부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내놓으면 하락 거래가 이뤄지지만 나머지의 경우는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 하락 비율 및 서울 외곽 주요 하락 거래 사례. 서울경제DB




“6월부터는 다주택자 급할 게 없다”…관망세 이어질 수도


한편 서울 시내 다수의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부터는 외곽 지역에서도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회수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달 급매로 나온 매물 대다수는 일부 사정이 급한 다주택자가 올해분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시세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에 내놨지만, 6월이 되면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5월 9월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매도 시점을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최근 늘어난 것은 맞지만 호가를 크게 낮춘 매물은 없다”며 “이달 안에 매물이 처분되지 않으면 시장 상황에 따라 매도 시점을 정하겠다는 집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공인중개사 또한 “5월 31일까지 잔금을 치러야 하는 등 매도 조건이 안 좋아 매물을 내놓지 않은 다주택자도 상당수 있었다”며 “급할 게 없는 사람들은 유리한 조건 하에서 천천히 집을 팔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내년 5월까지 ‘옥석 가리기’ 현상 반복될 듯


전문가들은 내년 5월까지 지금과 같은 옥석 가리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지역에 대한 제한 없이 양도세 중과 유예가 된 만큼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서울 핵심 지역보다는 외곽 지역 주택을 우선 정리하려 할 것"이라며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이 지나더라도 이 같은 옥석 가리기 현상은 내년 5월 9일까지는 반복될 이슈”라고 진단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은 “매도 문의를 하는 고객이 확실히 늘었지만 외곽 주택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소위 말하는 ‘똘똘한 한 채’를 빼놓고는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다주택자 입장에서 남길 주택을 고른다면 핵심 지역 주택을 남기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들이 핵심 지역 주택을 남기고 외곽 주택을 정리하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정책이 끝나는 내년 중순까지 이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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