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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시험형 인간'이 지배하는 韓…불평등을 정당화하다

■김동춘 지음, 창비 펴냄





“능력주의는 이 시대의 신흥종교가 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도덕적 표준까지 되었다. 한국식 시험능력주의는 이데올로기이며 불평등을 확대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교육을 무너뜨린다.”

신간 ‘시험능력주의,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는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시험 선수’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자녀에게 학벌을 물려줘 지위까지 세습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다. 능력주의는 재능이 있는 인재가 정치와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로 미국 등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한국은 명문대 합격과 학벌, 고시 패스 등 시험이 능력의 유일한 잣대가 됐다는 게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또 기존에도 능력주의 비판 책이 여러 나왔지만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능력주의 문제를 단순히 교육과 관련된 현상이 아니라 지위 배분과 권력 재생산, 노동시장 측면에서 바라본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계층, 계급, 불평등 문제이며, 그래서 교육 개혁은 경제, 복지, 노동, 수도권 집중 문제와 동시에 접근해야 할 사회개혁 사안이다.”



시험 능력주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가속화했다. 제한된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이 거세지자 시험이 개인의 능력을 판정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제도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급기야 사시에 합격한 노무현·문재인·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데서 보듯 시험형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이는 학생 자살과 학교 폭력, 임금 불평등, 대졸 실업,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등 한국을 미래 없는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그는 “노동 차별과 배제, 노동의 비인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일종의 ‘노동자 안 되기 전쟁’”이라며 “교육을 입시 문제에 국한하려는 것은 엘리트층의 허구적인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그는 단순한 입시 제도 개편으로는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입시 지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저자의 대안의 무엇일까. 그는 시험능력주의는 자본주의와 맞물려 있는 데다 물질주의라는 획일적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완전한 극복은 힘들다고 봤다. 다만 ‘대학 입학’이라는 1차 선발이 ‘노동 시장 진출’이라는 2차 선발을 지배하는 상황을 개선하자고 제안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학벌보다는 실적을 바탕으로 인재를 채용하자는 것이다. 또 노동시장에서 인력이 쏠리지 않는 분야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사회 구조 전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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