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 5000여명을 낳은 한 다단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업체의 대표 A씨 등 161명을 입건했고 이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
이들 일당은 다단계 방식으로 5000여명으로부터 약 3,600억원을 모집했다. 2018년 5월 회사를 설립한 뒤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 법인을 12개까지 늘리며 위용을 과시했다.
피해자들은 태양광 기업에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매월 2~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대표 A씨 등에 말에 쌈짓돈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중 부동산과 주식, 콘도 회원권 등 총 823억 원을 몰수·추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원 모집의 대가로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90억원을 받아챙겨 명품 시계 등 고가의 사치품을 구입하고 고급 승용차를 리스해 타고 다녔다. 이들이 고급 주거지 월세에 들인 돈만 매월 수천만원에 달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같지 않은가.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가짜 수산업자 사기사건도 사실상 같은 구조다. 수산업자 김 모씨는 ‘부림물산’이란 회사를 세운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하며 정관계, 언론계에 접촉했다. 그는 피해자 7명에게 선박 운용사업 및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시킨 오징어) 매매사업으로 116억원을 받아내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슈퍼카와 어선, 풀빌라 등과 연예인들과의 인맥과시는 모두 그의 사기를 위한 위장막에 불과했다. 김 씨가 고급 외제차와 슈퍼카를 구매하는 데 쓴 돈만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딴 다단계 사건과 일란성쌍생아처럼 닮아있다.
본인을 대한민국의 주식 투자 애널리스트라고 소개하며 수백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이희진씨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는 각종 예능에 출연해 스스로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수백평대의 빌라를 보유한 주식부자라고 소개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대에 수십억원에 육박하는 슈퍼카들을 자랑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연예인 여자친구와 슈퍼카는 연일 그의 SNS를 도배했다. 스스로 ‘흙수저’임을 강조했던 이희진은 ‘당신들도 나처럼 주식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위에 열거한 사기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수백억원대의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나도 저 사람처럼 부를 축적하고 싶다. 과연 비결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추앙하게 된다.
그들을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하기 위한 ‘홍보수단’은 바로 바로 고급 양복과 슈퍼카다. 행커치프가 달린 화려한 양복은 그들의 전문성을 담보해주는 포장지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수십대의 슈퍼카와 고급 빌라 역시 그들이 가졌다는 획기적인 투자기법의 결과를 웅변하는 데 활용된다.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도 동일한 후광효과(halo effect)을 노리는 것이다. 연예인과의 사진은 ‘내가 이렇게 유명인사들과 많이 알고 있으니 나에게 투자를 해도 손해는 보지 않을거야’라고 외치는 마케팅 도구와 다름없다. 이같은 포장지와 함께 이들은 어느새 생계형 사기꾼에서 청년 재력가로 재탄생한다.
문제는 그들의 화려한 수트와 슈퍼카를 살 돈이 모두 피해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그들은 피해자 A로부터 받은 돈을 B에게 수익으로 주겠다고 약속한다. B로부터 받은 돈은 C에게 주겠다고 한다. 전형적인 폰지사기이며 다단계 사기이지만,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사다리 하나에 불과한 개인은 자신이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격적인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기법을 안다면 혼자 비밀을 간직하며 부를 키워나가지 왜 수백, 수천명과 그 기법을 공유하려 하겠는가. 투자자들은 은행이자율보다 고수익을 준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상품은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이미 우리는 조희팔부터 돈스코이호 보물선 사기, 코인 유사수신 사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기 범죄를 목도해 왔다. 우리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고급 양복 △슈퍼카 △고급 빌라의 교집합을 가진 청년 재력가가 나타났다면 당신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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