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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윤석열 대통령이 '열공'한 반도체 포토마스크의 정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포토마스크를 든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보셨나요?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반도체 특강’을 들으면서 이 소재를 유심히 살폈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통령 취임 직후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였다면, 윤 대통령은 '포토마스크'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포토마스크는 반도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소재가 없으면 반도체 칩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기술 확보전이 전개되고 있기도 한데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어떤 설명을 들었을지, 이게 도대체 뭐기에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들어 보인 건지 한 번쯤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지금부터 반도체 포토마스크의 세계에 대해 취재하고 정리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포토마스크, 노광 공정의 '근본'

ASML 노광기. 사진제공=ASML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노광' 공정을 설명하면서 이 소재를 소개했습니다. 포토마스크는 노광 공정에서 활용됩니다.

이 공정은 그간 ASML, 극자외선(EUV) 공정 등 용어와 함께 언론에 많이 노출된 공정입니다. 동그란 반도체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작업이죠. 빛으로 찍어낸 대로 웨이퍼를 깎아내면 전류가 흐르는 회로가 되고, 이 과정을 수백번 반복해 반도체 칩을 만듭니다.

반도체 노광기 속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포토마스크는 빛의 모양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탬플릿(빵빵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네요. 사진제공=인텔


그런데 빛으로 회로 모양을 한번에 찍어내려면 말이죠. 일직선으로 쭉 뻗는 빛을 회로 모양으로 변신시키는 중간 작업이 필요하겠죠. 그때 필요한 게 바로 포토마스크입니다. 빛이 포토 마스크를 거쳐가는 시점부터, 빛은 회로 모양을 머금고 웨이퍼로 달려가서 축소돼 찍히는 원리입니다.

노광기 속 빛과 포토마스크의 관계는 우리가 어릴 때 갖고 놀던 '레이저 포인터'에 빗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직선(맨 오른쪽) 레이저를 다양한 모양으로 바꿔주는 필터가 마스크 역할과 유사합니다. 사진제공=구글


레이저 포인터 앞쪽에 필터를 끼우면 일직선으로만 향하던 빛이 고양이 모양, 나비 모양으로 변하는 경험 한번쯤 해보셨죠. 이 필터가 노광기에서는 포토 마스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실 반도체 업계에서 쓰이는 포토마스크는 7일 윤 대통령이 들어 보인 연구·교육용 마스크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인텔이 공개한 마스크 모양. 중간에 빛나고 있는 부분이 회로 모양이 새겨진 부분이고, 가장자리에는 각종 식별(align) 마크가 표시돼 있습니다. 가로 6인치, 세로 6인치 크기입니다. 사진제공=인텔


위 사진이 요즘 양산 라인에서 쓰이고 있는 마스크 모양인데요. 육안으로 봐도 일단 크기가 다릅니다. 통상적으로 쓰이는 반도체 포토마스크는 가로 6인치(약 15㎝), 세로 6인치 크기입니다. 윤 대통령이 든 마스크보다는 크기가 크고요.

마스크에 새겨진 회로 모양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반도체 공정은 10나노(㎚·10억분의 1m)대 이하 폭을 만들어내는 초미세 공정이 구현됩니다. 따라서 포토마스크 회로 모양도 눈에 안보일 정도로 상당히 세밀합니다.

그만큼 마스크 한 장 당 가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마스크는 장 당 수천만원 대로 알려집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은 2년 전 공개한 영상에서 14나노 칩 제조를 위해 50개 이상 각기 다른 회로가 새겨진 마스크를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개 웨이퍼를 만들기 위해 마스크 비용만 수십억원 이상이 쓰인다는 얘기이기도 하네요.

◇포토마스크 패러다임 변화

범용으로 쓰이는 포토마스크의 탄생 과정은 대략 이렇습니다.

사진제공=호야, 인텔


쿼츠(석영)로 된 기판에 금속(크롬·Cr)을 평평하게 증착합니다.

②그 위에 포토레지스트를 바릅니다. 회로가 그려지지 않은 상태라서, 이것을 '블랭크(Blank) 마스크'라고 부릅니다.

③블랭크마스크는 '마스크 샵'이라는 곳으로 옮겨갑니다. 마스크 샵은 블랭크마스크에 회로 모양을 새기는 곳인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유명한 반도체 회사도 내부에서 자체 운영합니다. 이곳에서 블랭크마스크에 빛을 쏴 회로 모양을 그립니다. 이 때 쓰는 기기를 '라이터(writer)'라고 합니다.

④찍힌 회로 모양대로 크롬을 깎아내고,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합니다. 마스크를 보호하는 덮개인 '펠리클'을 씌우면 노광기에 투입될 포토마스크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최근 포토마스크 컨셉이 상당히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극자외선(EUV)의 등장 때문입니다. 마스크 구조가 바뀌는 이유를 두 단어로 요약하면 '관통''반사' 때문인데요. 무슨 얘기인지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사진=ASML




반도체 업계는 2019년부터 7나노 이하 초미세회로 공정에 EUV 공정을 도입하는 추세죠. 기존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훨씬 짧아서 미세한 회로를 더 정교하게 찍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까다로운 EUV의 성질머리입니다. EUV는 파장이 짧은 대신 어떤 물질에서든 흡수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EUV 시대에 기존처럼 마스크를 쓰면 노광이 안됩니다. ArF 방식에서는 빛이 마스크를 통과해서 웨이퍼로 달려가는 컨셉이었는데, EUV는 그런 방식을 썼다간 마스크 속으로 모든 빛이 흡수돼 버리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든 EUV를 웨이퍼까지 가닿게 하기 위해 '관통'이 아닌 빛을 '반사'할 수 있는 마스크를 만듭니다.

그래서 예전과 마스크 크기는 같지만 소재 구조가 완전히 바뀝니다.

EUV를 반사시키는 방법을 찾던 엔지니어들은 40겹 이상, 10나노 이하 두께로 몰리브덴과 실리콘을 겹겹이 쌓은 EUV용 마스크를 만들어냅니다. 몰리브덴과 실리콘이 닿은 곳은 반사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흡수되는 방식입니다. 사진제공=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최근 업계에서 나온 EUV용 마스크 구조의 핵심은 '몰리브덴(Mo)'과 '실리콘(Si)'입니다. 이 소재들을 10나노 이하 두께로 겹겹이 40겹 이상 쌓아올리는 기술을 기반으로 마스크를 만들면, EUV도 반사시킬 수 있는 소재가 완성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합니다.

업계에서 범용(ArF 노광 공정 이상) 마스크를 만드는 회사는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의 에스앤에스텍, 일본 호야, 신에츠 등이 블랭크마스크 분야에서 강세죠.

하지만 EUV 마스크를 삼성전자, TSMC 등 굴지 회사 양산 라인으로 공급하는 극강의 강자는 호야입니다. 라이벌 신에츠화학도 양산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호야 기술력이 상당히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에스앤에스텍이라는 소재 회사가 EUV 블랭크마스크 생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에스앤에스텍은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지분을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죠.

현재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업체가 언제쯤 양산 라인에 블랭크마스크를 공급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포토마스크 세계의 또다른 지각 변동 : 라이터

IMS의 라이터 장비. 사진제공=IMS 나노페브리케이션


포토마스크 업계에서 살펴봐야 할 또 다른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장비' 분야입니다. 특히 마스크 위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새기는 '라이터(writer)' 세계가 주목할만 합니다.

EUV 시대가 개화하면서 새로운 마스크 라이터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회사 'IMS'라는 업체가 개발한 ‘멀티 빔 마스크 라이터’라는 기기입니다. 이 기기는 기존 방식에 비해 가동 방식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통상 마스크 회로를 그릴 때는 단 한개의 빛으로만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 빔은 26만개 빛을 한번에 쏴서, 마치 문어발처럼 회로를 그리는 게 골자입니다.

마치 기존 라이터가 붓으로 회로 모양을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IMS 장비는 26만개 샤프 펜슬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면서 아주 미세한 회로 모양을 그려내는 셈이죠.

이 기술은 EUV 시대에서 아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얇은 회로를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26만 개 빛이 한번에 움직이니까 단 1개 빛이 움직일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마스크를 완성할 수 있겠죠.

기존 라이터가 한개 빔의 모양을 바꿔가면서 회로를 새긴 방식이라면, 멀티빔 마스크 라이터는 26만개 빛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정교하고 빠르게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료=IMS


라이터 시장의 지각 균열이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강자는 일본 '뉴플레어'였지만, IMS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출현으로 앞으로 마스크 라이터 업계 판도가 어떻게 변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IMS 장비는 희소성이 아주 높은 것도 지켜볼 만합니다. 지금 IMS는 연간 10대 이하의 장비만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1~3대 안팎의 IMS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ASML 노광 장비만큼 이 장비 선점 경쟁이 세계 시장에서 상당히 치열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외에도 마스크를 오염에서 방지하는 덮개인 '펠리클' 시장 개화도 눈여겨볼 만 한데요. ASML의 EUV 펠리클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한 미쓰이화학의 강세가 점쳐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는 에프에스티, 에스앤에스텍 등이 EUV 펠리클 개발을 위해 분전 중입니다.

◇"반도체 '소재도' 목숨 걸고 해야 한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7일 윤 대통령은 포토마스크를 살펴 보면서 "반도체는 인재 양성이 핵심이고, 과학 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죠. 특히 교육부가 경제부처라고 생각한다고 할 만큼 산업 인재 육성을 상당히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포토마스크는 대표적인 '반도체 소재'입니다. 포토마스크 공급이 끊기면 극단적으로는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지만, EUV 포토마스크를 포함한 다양한 첨단 소재·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 극악한 원자재 공급망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기술 육성은 물론 국내 업체의 적극적인 다변화 투자와 협력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지금부터 칩 제조사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인력 양성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포토마스크를 들어보인 것이 국내 소부장 생태계 도약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며 포토마스크 편 마무리짓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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