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이달 10일 활동을 종료하지만 주요 과제 중 하나였던 세월호 침몰 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는 조사 종료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와 주요 권고안 20개를 발표했다. 2018년 12월 11일 첫 조사개시 후 직권 사건 52건과 피해자 신청사건 25건을 조사한 뒤 내놓은 결과다. 사참위는 지난 3년 6개월간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여러 권고안을 내놨다.
◇ 3년 6개월 조사에도 세월호 침몰 원인은 또 미궁
문호승 사참위 위원장은 "지난 3년 6개월 동안 정확한 진상규명과 온전한 치유, 안전한 나라 건설이라는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묵묵히 걸어왔다"며 "하지만 참사 피해자분들과 국민이 보시기에는 조사 내용이 부족하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실 것으로 짐작돼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하게 결론 내리지 못한 점도 조사 활동의 한계로, 피해자와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증거가 불충분하고 여러 한계가 있어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사참위 출범 때부터 '세월호 CCTV 영상 조작·선박자동식별장치(AIS) 조작·DVR(디지털 영상저장장치)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해 주요 조사 과제 중 하나였다. 세월호 CCTV 영상 조작 등 의혹은 조작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돼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 내용은 최종 보고서에 실리지 않는다. 3년 6개월의 조사에도 침몰 원인은 여전히 미결 과제로 남게 됐다.
사참위는 지난 7일 전원위원회에서 "세월호가 외력에 의해 침몰했는지 조사했으나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종합 결론에 이같이 기재하기로 했다. 다만 침몰 원인을 조사해 온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이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 결론도 조사 결과보고서 소결론에 담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한 가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문 위원장은 "두 개의 결론이 나왔다는 것은 오해"라며 "애초 조사국과 위원 간 의견 차이가 컸지만, 회의를 진행하면서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견으로 합의했다"고 일축했다. 문 위원장은 "'외력 가능성도 있지만 여러 반론도 있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조사국의 결론과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위원회 결론은 상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과 관련해 단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선체 내부적 문제에 따른 내인설과 외력설을 배제하지 않은 열린안을 담은 두 개의 보고서를 내놨으나, 이번에는 잠수함 등 외부 충돌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작다는 위원회 차원의 단일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 "가습기살균제·세월호 참사 국가책임 인정…공식 사과해야"
사참위는 이날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 관련 각각 8건의 권고와 참사 공통 권고 4건을 발표했다.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 사찰 등 그 이후 행위로 인한 국민 희생과 피해, 권리 침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서도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와 기업이 포괄적으로 피해 배·보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양 참사 희생자에 대해 국가 차원의 추모사업을 실시하고 중대 재난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립하라고 권고했다. 또 재난피해자 알 권리 보장 및 정보제공·소통개선과 부처 간 안전 정보 소통 및 공유 활성화 체계 구축 등 방안도 권고안에 포함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서는 ▲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공소시효 현장 ▲ 피해 입증책임 기업으로 전환 ▲ 조속한 피해판정 실시 ▲ 기업인권경영 제도화를 통한 기업 책임 강화 ▲ 국가 차원의 독성감시를 위한 국가중독센터 도입 ▲ 화학물질 관리 및 관련 정보 소통·제공 체계 구축 등이 권고안에 담겼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피해자 사찰 및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나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사참위는 "위원회 조사를 통해 특조위 방해 행위에 개입된 것으로 확인된 '청와대·국무조정실·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법제처·인사혁신처'는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해 실체를 규명하고 구체적인 개선과제 도출 및 수사 요청 등 행정적이거나 기타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 세월호 참사 피해자 및 피해지역 지원 개선 ▲ 재난피해자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 확산방지를 위한 연구 강화 및 교육 등과 ▲ 해양 재난 수색구조체계 개선 ▲ 내항 여객선 안전 공영제 도입 등 선사·선원 안전 운항 능력 및 책임 강화 ▲ 여객선 등 선박 안전관리체계 개선 등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방안도 내놨다.
사참위 전원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10일까지다. 사참위는 이후 9월 10일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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