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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칼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할 때 됐다

논설고문·백상경제연구원장

확장억제에 한국군 관여장치 없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대응 한계

한국 자체 핵역량 강화 발목잡는

협정 독소조항 조속히 바로잡아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면서 남북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북한은 이달 5일 8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상 상황 속에서도 올 들어 18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써 세 번째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7차 핵실험마저 강행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우리의 안보 태세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한미 확장 억제력과 연합 방위 태세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윤 대통령이 말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고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 이제 북한은 핵을 수단으로 결정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적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군이 미국의 확장 억제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맞춤형 억지 전략에 따라 핵 사용 위협 단계와 사용 임박 단계, 실제 사용 단계 등에 따른 대응 체계를 발전시켜 왔으나 이 과정에서 한국군이 관여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한미는 2016년 이후 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운영해 왔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기획그룹처럼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 억지력의 행사가 전적으로 미국의 의사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뉴욕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 대해 핵 공격 위협을 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한국 보호에 나서는 것을 주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확장 억제 자체도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체 핵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북한 정권 붕괴로 대량 난민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이들 국가를 향해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물론 이게 당장 핵무기를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부터 키우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이다.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이라는 양자적 규범으로 한국의 발을 묶어 놓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1974년 처음 발효된 후 2015년 개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관련한 일부 연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핵무기 제조를 비롯한 군사적 목적으로는 일절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핵 개발을 허용할 경우 일본·대만 등 동북아시아 전체에서 핵 확산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사정은 너무 다급하다. 북한의 핵 개발은 기정사실이 됐고 핵 기술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발사 수단도 ICBM, S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방사포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우린 이미 핵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만 핵 기본 역량 축적을 막는 것은 명분이 없다. 우리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지난 정부 기간에 무너진 한미 동맹의 복원이 절실하다. 북한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의 위협 대응과 관련해 한미 양국 간 인식의 틈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든 싫든 지금의 국제정치 여건 속에서 자체 핵 능력 강화도 미국의 협조 없이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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